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지방 금융지주들이 경쟁적으로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지방 금융지주는 유독 은행 의존도가 높다.
▲ (왼쪽부터)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
그동안 특정 지역을 기반에 둔 대출로 성장해 왔던 만큼 상대적으로 자산운용이나 투자금융(IB)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그룹에 새롭게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이 최근 이사회를 열고 새 대표이사에 김경규 전 LIG투자증권 대표를 내정하면서 지방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은행, 증권, 보험을 모두 담은 종합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추게 됐다.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는 자산운용 등 금융투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보험사는 계열사로 두고 있지 않아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비은행부문 확보가 필요하다.
DGB금융지주 이사회는 하이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의 자회사 하이자산운용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하이투자증
이 지니고 있는 전국적 브랜드 인지도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계기로 은행과 증권상품이 결합된 금융 복합점포를 적극 개설해 대구와 경북 지역에 집중된 영업 기반을 수도권과 동남권(부산·울산·경남)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이투자증권은 전국에 영업점 29곳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 9곳, 부산 7곳, 울산 4곳, 경남 4곳 등이다.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로 그룹의 투자금융 역량이 한층 높아지고 연계상품 개발 등을 통해 수익원도 다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방 금융지주는 유독 비은행부문이 약해 비은행부문 강화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
BNK금융지주, DGB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3개 지방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에서 은행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84.95%에 이르렀다. BNK금융지주가 87.58%, DGB금융지주가 91.30%, JB금융지주가 75.97% 등이다.
그러나 이제는 한정된 지역에서 은행업만으로는 더 이상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업권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면서 지방금융지주의 종합금융그룹의 시동을 걸자 BNK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도 더욱 적극적으로 비은행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과
김한 JB금융지주 회장 모두 증권사에 오래 몸 담은 ‘증권맨’이라는 점에서 증권사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은 부국증권과 현대증권(현 KB증권),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등을 거치며 증권업계에서 40여 년을 몸담았다.
김 회장은 부국증권 사장을 시작으로 현대증권을 거쳐 하나대투증권까지 15년 동안 증권사 사장을 지냈다. 지금까지도 증권가 최장수 CEO 기록으로 ‘직업이 사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김 회장은 현재 자기자본 2천억 원 수준인 BNK투자증권의 규모를 최소 5천억 원까지 키울 것이라고 여러차례 밝혔다. 현재 마땅한 증권사 매물이 없어 인수합병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인수합병(M&A)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도 비은행부문 강화의 또 다른 축이 될 수 있다. 부산은행과 경남은행이 지역에서 안정적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보험고객을 확보하고 은행과 보험의 시너지 효과를 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김한 JB금융지주 회장도 1989년 대신증권 이사로 증권업계에 들어온 뒤 1996년까지 대신증권에서 인수본부 본부장, 기획본부 본부장 등을 지냈다. 2004년부터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부회장도 맡았다.
김 회장은 9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괜찮은 증권사 매물이 있으면 인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오프라인 위주의 증권사를 비싸게 살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JB금융지주는 국내 7개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고 있다.
김한 회장은 2013년 JB금융지주 회장에 오른 뒤 증권사 인수를 틈틈이 노렸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JB금융지주는 2015년 LIG투자증권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케이프인베스트먼트에 밀려 실패했다. 2016년 옛 현대증권과 함께 복합점포를 열었지만 현대증권이 KB증권에 합병된 뒤 복합점포는 문을 닫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