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에 편입하며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지주는 10일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410만1467주와 롯데물산의 롯데케미칼 지분 386만3734주를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롯데지주가 이번 거래로 확보하게 된 롯데케미칼 주식은 모두 796만5201주로 지분율은 23.24%에 이른다.
롯데지주는 롯데케미칼 지분을 확보하는 데 모두 2조2274억2863만 원을 썼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그룹의 석유화학회사들이 롯데지주 아래로 편입된다”며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가 더욱 안정되는 것은 물론 유통, 식음료사업에 편중돼 있던 사업구조를 다각화해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핵심적 현금 창출원으로 꼽혔지만 일본 롯데그룹의 영향력이 강한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를 각각 최대주주와 2대주주로 두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지주가 이번에 롯데물산과 호텔롯데로부터 롯데케미칼 지분을 넘겨받으면서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의 최대주주에 오르며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성이 높아지게 됐다.
롯데지주는 이날 보유하고 있던 롯데건설 주식 275만9808주도 롯데케미칼에게 2032억여 원에 넘겼다.
2018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롯데건설 지분은 호텔롯데가 43.07%, 롯데케미칼이 35.21% 보유한 반면 롯데지주는 8.58% 들고 있었는데 롯데지주가 이 지분을 롯데케미칼에 모두 넘겨 손자회사로 만들었다. 이로써 롯데건설 최대주주는 롯데케미칼로 바뀌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롯데건설의 손자회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롯데지주의 롯데건설 지분을 처분한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1165만7천 주를 소각하고 4조5천억 원 규모의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안건도 의결했다.
롯데지주가 소각하기로 결정한 자사주는 보통주 발행주식의 10%에 이른다.
롯데지주는 두 번에 걸친 대규모 사업결합으로 7조4천억 원의 자본잉여금이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4조5천억 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상법상 자본잉여금은 결손금 보전이나 자본 전입용도로만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이익잉여금으로 돌리면서 배당재원을 확보한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으로 주당 순자산 가치가 개선될 것”이라며 “주주 친화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시장과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본잉여금을 이익잉여금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지주는 자사주 소각과 이익잉여금 전환 등을 결의하기 위해 임시 주주총회를 11월21일 열기로 했다.
신 회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사흘 만에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들어갔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그룹의 경영 투명성과 주주의 권익 강화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뒤 가회동 자택에서 딱 이틀만 쉬고 8일 경영에 복귀했다.
신 회장은 잠실 롯데월드타워에 첫 출근하면서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등 부회장단과 만나 “롯데그룹이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지속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