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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의 야심, 소프트뱅크에 '모바일게임 왕국' 구축

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 2015-02-25 13:2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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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정의 야심, 소프트뱅크에 '모바일게임 왕국' 구축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세계 모바일게임업계의 ‘숨겨진 큰손’이다.

소프트뱅크는 모바일게임 자회사로 일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핀란드 슈퍼셀을 거느리고 있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모바일 퍼즐게임 ‘퍼즐앤드래곤’ 시리즈를 주력으로 삼고 있다. 슈퍼셀은 대전게임인 ‘클래시오브클랜’으로 유명하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이 지난해 올린 매출을 합치면 2조5천억 원이 넘는다.

두 회사의 게임은 2014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게임 1위와 2위에 나란히 오르기도 했다. 클래시오브클랜이 1위이며 퍼즐앤드래곤이 2위다.

손 회장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 인수를 진두지휘했다. 그가 꿈꾸는 ‘모바일 제국’의 선봉장을 모바일게임으로 봤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그뒤 여러 모바일콘텐츠기업을 인수하면서 게임과 협업해 관련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소프트뱅크의 기둥, 일본 국민게임 만든 겅호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일본에서만 매출 1조6104억 원을 올렸다고 지난 3일 밝혔다. 2013년보다 매출이 6.1% 늘었다. 영업이익은 8776억 원에 이른다. 2013년보다 3.3% 증가했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대표 모바일게임 ‘퍼즐앤드래곤’ 시리즈는 전체 매출의 91.5%를 차지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퍼즐앤드래곤은 여러 종류의 용과 신화 속 캐릭터들로 팀을 만들어 퍼즐을 해결하는 내용의 게임이다.

퍼즐앤드래곤은 2012년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일본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게임’이다. 이 게임은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4200만 건을 넘겼다. 한 달 평균 매출만 1천억 원에 가깝다.

퍼즐앤드래곤은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해 중순까지 구글 게임플레이 매출 1위를 지켰다. 한국에서도 애플 앱스토어 게임부문에서 지난해 매출 1위에 올랐다.

모바일게임제작사 구미코리아의 마사루 오노기 대표는 “모바일게임에 대한 사용자의 흥미가 분산되고 있으나 퍼즐앤드래곤은 여전히 최강”이라며 “몇년 동안 아무도 이 게임을 이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정의 회장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퍼즐앤드래곤을 내놓기 전부터 관련이 있다. 그의 동생인 손태장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회장이 1998년 이 회사를 창업했기 때문이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이후 소프트뱅크의 독립관계회사로 분류됐다.

  손정의 야심, 소프트뱅크에 '모바일게임 왕국' 구축  
▲ 손태장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회장
손 회장은 퍼즐앤드래곤이 ‘대박’을 낸 2013년 3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지분 전량을 사들여 소프트뱅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인수대금만 약 2325억 원에 이른다. 소프트뱅크의 수익원을 늘리고 모바일게임업계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한 목적이다.

소프트뱅크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 인수에 힘입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엔을 돌파했다. 손정의 회장과 손태장 회장이 지난해 중순 포브스가 뽑은 일본 자산가 순위에서 나란히 1위와 30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퍼즐앤드래곤에 수익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퍼즐앤드래곤 외에도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여러 종을 서비스하고 있으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채 10%도 되지 않는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퍼즐앤드래곤 외에 다른 수익원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상태”라며 “새로운 대안을 찾지 못하면 장기적으로 슈퍼셀 등 다른 글로벌 모바일게임회사에 뒤쳐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손정의가 꺼낸 회심의 카드, 슈퍼셀 인수


손정의 회장은 아이러니하게도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의 수익경쟁에서 모두 이득을 볼 수 있다. 소프트뱅크가 슈퍼셀까지 자회사로 편입했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은 나아가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의 협력을 주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3년 10월 슈퍼셀 지분 51%를 인수해 경영권을 손에 넣었다. 소프트뱅크가 지급한 인수대금은 1조6천억 원에 이른다. 손정의 회장은 당시 일카 파나넨 슈퍼셀 대표를 직접 만나 인수협상을 진행했다.

손 회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 모바일콘텐츠 시장을 벗어나 세계로 사업영역을 넓히기 위해 슈퍼셀을 인수했다. 그는 슈퍼셀의 지분을 사들인 뒤 트위터에 “인생은 공격 아니면 수비뿐인데 공격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말을 남겼다.

파나넨 대표도 “소프트뱅크는 우리의 게임을 세계의 소비자들에게 선보일 전략적 자원을 대량으로 제공했다”며 “손 회장과 같은 사람을 만나 영원히 지속되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대해 깨달았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매체들은 손 회장이 슈퍼셀과 협력체계를 구축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의 모바일게임 개발력을 높이고 두 회사 모두 다른 경쟁기업들과 차별화하려 한다고 풀이했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슈퍼셀 인수 당시 소프트뱅크와 특수목적회사(SPC)를 결성해 지분 일부를 보유하기도 했다. 손태장 회장은 40%에 이르는 일본 법인세율을 이유로 핀란드로 본사를 이전하는 방안을 2013년 검토하기도 했다.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소프트뱅크에 슈퍼셀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그러나 현재도 퍼즐앤드래곤에서 클래시오브클랜의 병사들을 팀에 넣을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여는 등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손정의 야심, 소프트뱅크에 '모바일게임 왕국' 구축  
▲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오른쪽)과 일카 파나넨 슈퍼셀 대표

◆ 모바일게임으로 ‘규모의 경제’ 만들려는 손정의


손정의 회장은 슈퍼셀을 인수하면서 ‘300년 비전’을 내세웠다.

30년 동안 5천 개의 기업에 투자해 소프트뱅크를 300년간 지속되는 회사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손정의 회장은 이 꿈을 이루기 위해 소프트뱅크를 중점으로 한 ‘모바일 왕국’을 구축한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가 갖춘 이동통신망과 스마트폰 유통망에 콘텐츠를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려 한다. 그는 모바일게임회사를 잇따라 인수한 이유에 대해 “게임사업의 승자는 스마트폰 콘텐츠의 승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해 2월 소프트뱅크의 실적발표 자리에서 직접 중국 IT기업 완도우지아를 소개하기도 했다. 완도우지아는 중국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운영기업으로 2012년 앱스토어 서비스를 시작한 뒤 2년 만에 사용자 3억 명을 확보했다.

소프트뱅크는 완도우지아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 워런트까지 고려하면 최대 30%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손정의 회장은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으로 4조8천억 원 규모에 이르는 중국 모바일게임시장에도 게임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는 완도우지아의 최대주주가 돼 중국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지위에 올랐다”며 “앞으로 완도우지아를 통해 겅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와 슈퍼셀의 모바일게임 등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영화 ‘다크나이트’를 만든 할리우드 영화제작사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에 2억5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콘텐츠시장에 이미 구축된 모바일게임과 영화의 협업체계를 더욱 넓힐 수 있는 계기가 생긴 셈이다.

미국 금융기업 웰스파고의 제니퍼 프리체 연구원은 “소프트뱅크는 모바일산업에 관련된 모든 분야를 내부에서 다룰 수 있는 체계를 만들고 있다”며 “손정의 회장이 이동통신시장에 대한 틀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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