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2018-10-02 15:5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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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장이 비어있는 가운데 DGB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놓고 은행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선임 일정이 예상보다 더 미뤄지고 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DGB금융지주와 대구은행은 새 대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 DGB대구은행 제2본점 전경. <대구은행>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 겸 대구은행장이 3월에 지주 회장과 행장에서 모두 물러난 뒤 시작된 박명흠 대구은행장 직무대행체제가 6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그룹의 핵심과제로 삼았던 DGB금융지주의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9월 중순에 사실상 마무리된 만큼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여전히 대구은행장을 선임하기 위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DGB금융지주가 금융위원회로부터 하이투자증권 인수 심사 승인을 받은 지 이틀 만에 내놓은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놓고 은행 사외이사들이 반발하면서 잡음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DGB금융지주는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꾸려 자회사 최고경영자의 자격 요건 제시, 후보군 관리, 후보 추천 등 선임 과정을 지주가 총괄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지배구조의 한축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제도도 개편해 기존 사외이사 추천에서 벗어나 주주와 외부 전문기관이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도록 하고 외부 전문가들을 통해 사외이사 업무도 평가하기로 했다.
대구은행장은 그동안 대구은행 사외이사들로 꾸려진 임원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임됐는데 은행 사외이사들로선 주도권을 뺏기게 된 셈이다.
대구은행 사외이사들은 대구은행 경영의 독립성 및 자율성이 훼손되고 일방적으로 지주 중심의 조직문화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반대하는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지주가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을 통해 사실상 지주 입맛에 맞는 외부 인사를 대구은행장에 앉히려 한다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이 외부 출신 인사인 만큼 그룹의 2인자 자리인 대구은행장에는 내부 출신 인사가 앉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함께 나온다.
김 회장으로선 그룹 체질 개선을 추진하며 조직 장악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7월 실시된 DGB금융그룹 임원 인사에서 그룹을 떠난 인사들의 반발에 이어 은행 사외이사들과도 맞부딪히고 있는 모양새다.
대구은행 사외이사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하기에는 여의치 않은 만큼 은행 사외이사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선행된 뒤에야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을 위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부 출신인 김 회장과 은행 사외이사들이 갈등을 일으키면서 권력을 둘러싼 '밥그릇 챙기기'로 비춰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은행 경영 자율성 등을 놓고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조율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