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7일 UN총회가 열린 미국 뉴욕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만나고 있다. |
북한이 비핵화 진전을 위해 미국의 상응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이 신뢰를 보여주지 않으면 먼저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을 박아 이야기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29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미국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우리 국가 안전에 확신이 있을 수 없다”며 “그런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먼저 핵무장을 해제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 외무상은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북한의 의지는 확고하지만 미국이 충분한 신뢰를 품도록 해야만 실현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리 외무상은 이날 연설에서 신뢰라는 단어를 18번이나 들었다.
그는 “공화국 정부는 선의의 조치들을 먼저 취했고 지금도 신뢰 조성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상응한 화답을 우리는 보지 못하고 있다”고 미국의 행동을 촉구했다.
리 외무상은 북한을 향한 제재에 불만도 나타냈다.
그는 “제재로 우리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에 불과하지만 제재가 우리의 불신을 증폭시키는 것이 문제”라며 “시험들이 중지된 지 1년이 되는 오늘까지 제재 결의들을 해제하거나 완화하기는커녕 토 하나 변한게 없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리 외무상의 연설을 주요 뉴스로 전하면서 그 내용에 주목했다.
AP는 리 외무상의 발언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나왔다며 미국이 북한에 적대정책을 끝낼 때만 평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로이터는 리 외무상의 발언을 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를 위해 유엔 안보리가 북한에 일정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CBS방송은 유엔 총회장 주변에서 리 외무상과 폼페이오 장관이 만난 점도 의미 있게 보도했다.
북한의 노동신문도 30일 제재와 대화는 절대 양립할 수 없다며 제재 완화를 촉구했다. 노동신문은 “제재를 문제 해결의 만능 수단으로 삼는 미국에 의해 복잡한 문제들이 계속 산생되고(나타나고) 있다”며 리 외무상의 연설과 보조를 맞췄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요구에 답을 내놓지 않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대화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