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석태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영진 헌법재판관 후보자,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
법관을 상대로 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동성애와 낙태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라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3일 국회 인사청문회를 종합해 보면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와 김기영 이석태 이영진 이은애 헌법재판관 후보자 등 5명의 인사청문회에서 유남석 이석태 이은애 후보자는 '동성애는 개인 취향으로 이성애자와 다른 소수자일 뿐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뜻을 내놓았다.
특히 이석태 후보자는 “당장은 어렵겠지만 결국 동성혼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혀 전통적 가족구성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의견을 냈다. 현행 헌법은 양성 평등을 기초로 혼인이나 가족생활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남석 이은애 후보자도 "국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그것이 어떤 것이든) 사회적 합의에 따르겠다"는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영진 후보자 역시 "성 소수자들의 고통을 조사해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영 후보자만 “동성애는 개인의 성적 지향으로 의견을 말할 수 없다”며 견해를 유보했다.
낙태죄와 관련해서도 현행 형법과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현행 형법은 제269조 1항(자기낙태죄)에서 낙태한 임부에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을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남석 후보자는 “임신 초기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절을 허용하도록 입법을 고려해야 한다”며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헌법소원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은애 후보자는 “지금 헌법재판소의 낙태 허용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준비되지 않은 임신은 산모에 출산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진 후보자도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하고 낙태죄를 완화해야 한다"고 봤다.
이런 소신은 빠르게 변하고 있는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 따르면 ‘동성애자도 일반인과 동일한 취업 기회를 가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는 의견이 2001년 69%, 2014년 85%, 2017년 90%로 증가하며 동성애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이 자라고 있음을 보여줬다.
‘동성혼을 법적으로 허용해야 하느냐’는 물음에도 찬성 의견이 2001년 17%, 2013년 25%, 2017년 34%로 꾸준히 늘어왔다.
낙태죄와 관련해서는 ‘필요한 때는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1994년 72%, 2016년 7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낙태를 일종의 살인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응답한 비율이 1994년 78%에서 2016년 53%로 줄어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였다.
헌법재판소가 지금까지 내린 결정들은 낙태에 반대하고 동성애에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인식을 대변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었다.
낙태를 처벌하는 형법의 자기낙태죄 조항은 2011년 헌법소원의 도마에 올랐지만 2012 합헌으로 결정돼 조항이 유지되고 있고 군 내 항문성교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의 위헌법률심판도 2001년 2011년 2016년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 재판부의 정원은 소장을 포함해 9명이다. 다가오는 6기 재판부는 9명 가운데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해 헌법재판관 5명이 진보적 성향의 인물로 교체를 앞두고 있다.
6기 재판부는 2002년 2011년 2016년 모두 합헌으로 결정됐던 군 동성애 처벌의 위헌법률심판과 2012년 합헌으로 결정된 낙태죄의 헌법소원재판을 다루게 된다.
아직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이종석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19일 열린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