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활동이 활발해지는 봄이 왔지만 국내 일부 아웃도어 패션기업들은 봄이 봄 같지 않다. 아웃도어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깊어진 탓이다. 매출이 부진한 기업들은 브랜드를 축소하고 있고 매출이 늘어난 기업들은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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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본걸 LG패션 회장 |
25일 LG패션에 따르면 LG패션은 롯데백화점 12곳에서 1년 사이에 아웃도어 간판 브랜드인 ‘라푸마’ 매장을 정리했다. LG패션이 라푸마 매장을 정리한 백화점이 모두 15곳에 이른다. 라푸마는 신생 브랜드도 아니고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10위 자리를 차지할 만큼 인지도가 높다. 그런데도 아웃도어 시장에서 입지가 계속 줄어들고 있다.
라푸마 매장을 정리한 직접적인 원인은 라푸마 매출이 제자리걸음인 탓이다. 지난해 국내 매출은 3천억 원 가량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이 계속 줄고 있다.
구본걸 LG패션 회장은 지난 2012년 취임 후 “지금 외형 키우는 데 집착할 때가 아니다”며 “늘어나는 악성 재고를 무조건 줄이고 수익성 떨어지는 매장도 골라내 과감히 문을 닫으라”고 지시했다. LG패션의 전체 이익이 2011년 1272억 원에서 2012년 778억 원으로 급격히 줄어든 데 따른 비상경영 선언이었다.
이 때문에 LG패션은 지난해 전 직원이 창고에 쌓여 있던 악성 재고를 줄이느라 진땀을 뺐다. 라푸마의 백화점 점포 축소도 이런 구 회장의 내실 다지기 전략과 맥을 같이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달 28일 프랑스 아웃도어 브랜드 ‘살로몬’에서 라푸마 운동화의 디자인 도용을 문제 삼아 라푸마의 브랜드 이미지는 더욱 타격을 받았다.
LG패션은 라푸마뿐 아니라 지난해 스포츠아웃도어 멀티숍 ‘인터스포츠’의 규모도 대폭 축소했다. ‘헤지스스포츠’와 스키보드복으로 유명한 ‘버튼’도 사업을 접었다. 모두 최근 ‘내실 다지기’에 집중한다는 구 회장의 전략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구 회장은 다음달 1일부터 회사 이름을 ‘LF’로 바꾼다. 회사 간판에 ‘패션’이라는 말을 과감히 뺀다. 이는 의류에서 부진한 사업을 정리하고 앞으로 생활문화를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회사를 바꿔내겠다는 구 회장의 뜻이 담겨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시장은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 아웃도어 전체매출은 6조4천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2조 원 가량을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의 상위 3개 회사가 차지했다. 여기에 블랙야크, 네파, 밀레, 컬럼비아, 라푸마, 아이더 등 ‘빅10’의 매출을 잡으면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나머지 아웃도어 브랜드는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출혈경쟁도 치열하다. 업계 1위인 노스페이스마저 지난해 12월 ‘노 세일’ 원칙을 버렸다. 신상품까지 포함해 전체 상품을 20% 싸게 파는 파격적 할인행사를 처음 열었다. 블랙야크 K2 네파 등도 신상품 가격을 내렸다.
물론 호황을 누리는 기업도 있다. 블랙야크는 지난해 67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달성했다. 블랙야크는 직원들에게 기본급의 1천%에 달하는 보너스를 일괄 지급했다. 신재훈 블랙야크 마케팅본부장은 “강력한 브랜드 파워나 독특한 콘셉트를 구축하지 못한 곳은 조만간 대거 정리될 것”이라며 향후 아웃도어 시장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