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가 하락의 된서리를 맞은 에쓰오일이 절치부심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
정부의 지원도 작용했지만 에쓰오일은 올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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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세르 알 마하셔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 |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내로 울산 온산공단에 제2공장 설립에 착수하기로 했다. 에쓰오일은 1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한 주요기업 투자간담회에서 이런 투자계획을 밝혔다.
에쓰오일이 추진하는 울산 제2공장은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인 RUC(잔사유고도화설비)와 ODC(올레핀다운스트림설비)로 최대 8조 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RUC는 원유에서 정제과정을 마치고 남은 기름에서 휘발유를 생산하는 설비이고 ODC는 건축생활소재로 쓰이는 올레핀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2017년 제2공장을 준공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 정부의 지원책이 있다.
에쓰오일은 공장증설 계획을 세웠으나 울산 온산공단 내에 공장부지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산업단지 내 석유공사의 저장탱크를 지하화하기로 결정하고 석유비축기지 부지를 에쓰오일에 매각했다.
에쓰오일은 올해 본격적으로 울산 제2공장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에쓰오일은 지난달 30일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쓰오일은 우선 울산 제2공장 기초설계에 139억 원을 지출하고 기초설계 내용대로 이사회에서 추가투자를 결정하기로 했다.
나세르 알 마하셔 CEO는 올 초 임직원들과 서울 청계산 등반행사에 참여해 울산 제2공장 설립의지를 다졌다. 마하셔 CEO는 “RUC·ODC 프로젝트는 회사 역사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 전 임직원이 역량을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영업손실 2589억 원을 내 3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매출도 8.3% 줄어든 28조5576억 원으로 부진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4분기에만 3100억 원의 재고평가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에쓰오일은 9일 모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1조2천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말까지 경유와 경질나프타를 아람코에 판매하고, 파라자일렌과 중질나프타를 아람코로부터 공급받는 계약이다. 사실상 아람코가 에쓰오일 지원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아람코는 지난해 한진에너지로부터 에쓰오일 지분을 넘겨받아 지분을 63.4%로 늘렸다. 에쓰오일은 아람코를 뒤에 업고 대규모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무디스는 지난해 에쓰오일이 울산 공장부지를 매입하자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으나 지난달 말 “모기업 지원 가능성이 대규모 투자의 재무적 압력을 완화했다”며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으로 되돌렸다.
에쓰오일의 설비투자에 올해 유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국제유가는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 선이 붕괴된 뒤 최근 다소 반등하며 50달러 선을 회복했다.
박중선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꾸준히 유가가 오를 경우 에쓰오일 영업이익은 1조37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