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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기아차 러시아시장 대응놓고 고심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5-02-10 17: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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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이 러시아시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적자를 감수하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할지, 아니면 적자폭이 커지기 전에 판매를 중단할지 선택해야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형근, 기아차 러시아시장 대응놓고 고심  
▲ 이형근 기아자동차 부회장
이 부회장은 지난달 기아차 실적을 발표하며 러시아 루블화 가치폭락에 대한 대처방안을 내놨다.

이 부회장은 환율 영향을 많이 받는 슬로바키아공장과 국내공장 생산물량을 줄이고 대신 현지생산 차종에 대한 판매를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차량가격도 인상했다. 기아차는 최근 러시아에서 판매하고 있는 전 모델의 가격을 5만~7만 루블(83만~116만 원)가량 올렸다.

기아차는 지난해 러시아 자동차시장에서 다른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판매를 중단한 사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고 수출물량도 줄이지 않아 자동차 판매도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2013년보다 10% 이상 감소했지만 기아차의 판매량 감소폭은 1%대에 그쳤다. 지난해 기아차의 시장점유율도 7.9%로 2013년보다 0.8%포인트 증가했다.

올해도 이런 기조가 이어졌다.

지난 1월 러시아의 전체 자동차 판매량은 지난해 1월보다 24.4% 급감했지만 기아차는 오히려 판매량이 증가했다. 시장점유율도 지난해 1월보다 2.5%포인트 증가한 9.8%를 기록했다.

하지만 기아차 입장에서 시장점유율 확대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루블화 가치 폭락으로 자동차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기아차는 지난해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그 원인으로 러시아 루블화 약세가 지목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아차가 러시아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글로벌기업들처럼 아예 판매를 중단하며 적극 대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러시아 경제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 경제위기는 뚜렷한 반등요인이 없는 탓에 언제 안정될 수 있을지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기업들은 지난해 이미 러시아에서 영업을 중단했다.

미국의 GM과 독일의 아우디, 인도의 재규어랜드로버 등은 지난해 말 러시아시장용 자동차 선적을 중단했다. 일부기업은 공장가동도 멈췄다. 자동차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에서 자동차 공급을 중단하는 강수를 둔 것이다.

기아차는 러시아에 현지공장을 운영하고 있지 않아 환율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현대차 러시아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리오’를 제외한 나머지 차량은 전량 수입판매한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공장에서 씨드와 스포티지, 뱅가 등을, 국내공장에서 모닝과 K3, K5, 쏘렌토 등을 생산해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버티는 것이 앞으로 판매전략에서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에서 실적이 악화된 가운데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 개선은 분명 의미가 있다”며 “현대기아차가 지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때 유럽에서 시장점유율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경기후퇴기에 공격적 판매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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