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예정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미뤄지면서 올해는 1조 원 이상 공모금액을 달성할 기업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4일 “8월 기업공개(IPO)시장 분위기는 연초와 달리 매우 차분했다”며 “하반기로 접어들며 기업공개시장은 코스닥 벤처펀드 신규 자금 유입의 둔화, 공모가 고평가 논란, 신규 상장 이후 수익률 부진, 대내외적 악재 속에 가라앉은 증시 분위기 등으로 점점 탄력을 잃어갔다”고 바라봤다.
▲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초 2018년 기업공개시장은 공모 건수와 공모금액 모두 최고 기록을 쓸 것으로 증권가는 봤다.
정부가 발표한 코스닥 활성화방안에 코스닥 상장요건의 전면 개편안이 담겨있어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의 상장 도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카카오게임즈 등 대어급 기업들이 올해 안에 상장하기로 한 점 역시 기업공개시장의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조용한 연말을 보낼 것으로 이 연구원은 바라봤다.
이 연구원은 “우선 대어급 기업들의 상장 시점이 요원하다”며 “회계 감리가 증시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증권신고서 제출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현재 연구개발비의 비중이 높거나 자회사 지분의 변동이 있는 기업의 회계 감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대어로 지목된 기업들의 상장이 계속 지연되면 올해 최근 5년 만에 처음으로 1조 원 이상 공모금액을 기록한 기업이 하나도 없는 해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내다봤다.
연내 상장을 목표로 삼은 현대오일뱅크는 8월 상장 예비심사는 통과했지만 아직 회계 감리를 받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도 회계 감리가 진행 중이다. 바디프랜드까지 최근 감리 대상으로 선정돼 연내 상장이 불투명해졌다.
상장기업들의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투자자들이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라고 이 연구원은 파악했다.
이 연구원은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해소되는 과정이라고 생각되지만 신규상장 이후 수익률이 부진하면서 기업공개시장의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중 무역 갈등의 지속, 환율 및 원자재 가격의 상승 등이 불러온 증시 침체 분위기도 신규 상장 종목의 수익률을 갉아먹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