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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 시장 후보가 3월 23일 여의도 선거사무실에서 '1차 정책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
김황식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가 시청과 강남을 연결하는 지하철 개통, 공항터미널 건립 같은 굵직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마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공약을 내놓은 것을 연상하게 한다. 이런 공약이 박원순 시장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후보는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1차 공약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후보는 "강남과 비강남권이 상당한 경제력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강남과 시청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지하철을 개통해 10분 거리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또 강북도심에 공항터미널을 건립하겠다는 공약도 내걸었다. 이어 종로와 중구로 나뉘어 있던 4대문 안쪽 도심을 '한양역사문화특별구'라는 명칭으로 통합해 관광메카로 육성하겠다고도 했다.
새누리당 경선이 다음달 30일로 결정된 가운데 김 후보가 가장 먼저 구체적인 공약을 발표했는데, 주목할 점은 공약의 대부분이 지하철 개통, 공항터미널 건립 같은 대규모 토목건축 사업이라는 점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2002-2006년 재임)을 떠올리게 하는 공약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청계천 복원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올렸다. 사람들은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한 청계천에 감탄했다. 시장이 무슨 일을 하는지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청계천"하면 "이명박"을 떠올릴 정도였다. 이 전 시장은 이를 발판삼아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거쳐 대통령이 됐다.
김 후보는 이명박 정권 시절에 가장 오랜 기간 총리를 맡았던 인물이다. 4대강 사업에 한 번도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이 이 전 대통령의 말을 그대로 전했다고 해 '대독총리'라는 별명도 붙었다. 그런 그가 이명박 전 시장의 행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복원사업은 2004년 제 9회 베니스 국제건축비엔날레에서 대상인 최우수 시행자 상(The best public administration)을 수상했을 만큼 국내외 평가가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콘크리트 어항', '세금 먹는 하마'라는 평가도 나올 정도로 엇갈린다. 이 전 시장은 임기 안에 치적을 만들기 위해 효율성만 따지고 생태복원의 의미는 무시했다. 그 결과 청계천은 콘크리트 어항이 되어 매년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고 있다.
청계천의 관리 비용도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청계천 유지보수에 들어간 돈은 모두 565억3900만 원이다. 연간 평균 75억1000만 원으로, 이 전 시장이 공언한 유지관리비인 18억 원의 4배가 넘는다.
서울시는 올해 청계천의 유지비를 줄이기 위해서 재복원을 시행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황식 후보가 이 전 시장의 전략을 흉내 내는 데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성과를 내기 위해 급하게 추진하다가 또 세금만 낭비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의 이런 대형공약은 박원순 시장이 상대적으로 대규모 사업을 벌이지 않는 것과 차별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지난 1월 YTN라디오에서 "지금까지는 큰 사업을 벌여서 시민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것을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로 여겨왔다"며 "하지만 그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박 시장에 대해 김 후보는 지난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전임 시장의 사업을 전시·토건행정이라고 묵살했다가 상당부분 되살려 진행해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시장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완공해 자신의 업적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공격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는 오세훈 전 시장이 시작한 사업으로 박 시장은 이를 '대표적 전시행정'이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