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8-24 16: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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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환 모트렉스 대표이사가 회사의 대규모 공급계약 사실을 공시하기 전에 자사주를 대거 사들여 논란이 번지고 있다.
모트렉스는 회사의 경영진들이 주가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차원을 자사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던 것일 뿐 공시와 자사주 매입은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 이형환 모트렉스 대표이사.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이 대표의 모트렉스 자사주 매입을 놓고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시장에 퍼지고 있다.
모트렉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코스닥 상장기업이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란 엔터테인먼트(놀이)와 인포메이션(정보)의 합성어로 차량용 오디오와 비디오, 내비게이션 등을 모바일 기기와 연동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말한다.
모트렉스 주식은 액면분할에 따라 17일부터 21일까지 3거래일 동안 거래가 정지됐다가 22일 재개됐다. 모트렉스는 장 시작 뒤 1시간32분 뒤인 오전 10시32분에 ‘단일·판매공급계약 체결’을 공시했다.
앞으로 10년 동안 알제리 현지기업인 TMC에 4479억 원 규모의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인데 공시 뒤 거래량이 급증하며 주가가 곧바로 수직상승했다. 모트렉스의 2017년 매출액은 약 2549억 원이다.
한국거래소는 코스닥시장 공시 규정과 시행 세칙 등에 따라 모트렉스 주식의 매매거래를 30분 동안 중단했지만 22일 모트렉스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29.92%(1580원) 오른 68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형환 대표가 공시를 발표하기 10일 전부터 자사주를 조금씩 매입했다는 점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번지고 있다.
이 대표는 13일과 14일, 16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모트렉스 지분을 2만3270주 매입했다. 자사주를 사들이는 데 쓴 돈은 대략 6억 원이다.
자사주를 매입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대규모 공급계약 체결을 통해 주가가 30% 가까이 뛰면서 이 대표가 이 기간에 사들인 지분의 가치도 불과 10여일 만에 1억8천억 원이나 늘었다.
이 대표가 회사 사정을 모두 파악하고 있는 위치에 올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내부정보를 이용한 주식을 매입했을 것이라고 의심을 살 수 있다고 증권업계는 바라본다.
모트렉스 관계자는 “우선 이 대표의 자사주 매입과 관련해 매도하려는 목적을 전혀 지니지 않은 매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최고 40% 이상 하락하면서 주가 하락을 방어해야 한다는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이 대표가 자사주 매입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경영진들이 자사주를 매입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에 따라 이뤄진 거래일뿐 대규모 공급계약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 대표는 2017년 8월에 모트렉스의 상장 당시에도 통상 1년가량인 주식의 보호예수 기간을 2년으로 설정할 정도로 사업에 자신감을 보였다”며 “앞으로도 주가가 어떤 가격에 있든 자사주를 한동안 꾸준히 매입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현재도 매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내부정보를 미리 알고 매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는 “(한국거래소의 조사가 들어오면)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경영진의 본래 의도를 정확히 알리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는 기본적으로 모든 종목을 놓고 실시간으로 거래량과 공시 등을 집중 감시한다”며 “거래량과 공시 사이에 수상한 흐름이 있다면 당연히 집중 모니터링 하지만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어떤 종목을 감시하고 있는지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형환 대표는 1986년 현대자동차에 입사해 15년 동안 일하다가 2001년 3월 퇴사한 뒤 같은해 10월에 서울 성수동에서 직원 두 명을 데리고 모트렉스를 설립했다.
자동차 공조부품을 유통하는 일로 사업을 벌이다가 현대자동차 인맥들을 통해 내비게이션과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현재 모트렉스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흥국 수출차량에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많은 매출을 내고 있으며 전체 임원의 상당수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LGCNS 출신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