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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처 1세대 이해진 네이버 의장,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왼쪽부터) |
스타트업 열풍이다. 올해 1월 기준으로 벤처기업이 3만개를 넘어섰다.
벤처기업으로 성공한 1세대들이 스타트업 멘토를 자임하고 있다. 후배 스타트업의 성공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벤처 1세대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 창업해 성공한 인물들을 말한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 장병규 네오위즈 공동창업자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제 사업을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에게 창업 DNA를 전수하고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이 스타트업 멘토를 자임하면서 현재의 스타트업 열풍은 과거 2000년대 닷컴 붐과 확연히 다르다는 말이 나온다.
◆ 벤처 1세대, 스타트업 멘토로 돌아오다
지금의 스타트업 열풍이 2000년대 닷컴 붐과 확연히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바로 멘토의 존재다.
1990년대 후반 창업해 성공을 거둔 ‘벤처 1세대’를 비롯해 2000년대 이후 벤처 성공신화를 쓴 인물들이 스타트업 멘토로 나서고 있다.
장병규 네오위즈 공동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 이택경 다음 공동창업자,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진흙에 묻혀 있는 원석을 발견해 창업 DNA를 전수하고 있다. 스타트업들은 시장전략, 경영관리, 네트워크 등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런 스타트업들에게 창업으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벤처 1세대의 조언은 큰 힘이다.
벤처 1세대들은 스타트업의 길잡이 역할을 하면서 더 큰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벤처 1세대들은 처음에 대개 엔젤 투자자로 후배 창업가들을 지원했다. 엔젤 투자자는 스타트업의 가장 초기단계에 투자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점점 스타트업이 늘어나면서 멘토링 수요가 많아지자 벤처 1세대들은 스타트업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액셀러레이션’을 만들었다.
이들은 이제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스타트업을 지원하기도 한다. 벤처 1세대들이 만든 대표적 회사로 꼽히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가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양상을 잘 보여준다.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은 2008년 현재 네이버인 NHN을 떠나면서 ‘100인의 최고경영자 양성’을 선언했다. 김 의장은 엔젤 투자자로 변신해 후배들의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김 의장은 2012년 스타트업 전문 벤처캐피털 케이큐브벤처스를 설립했다. 김 의장은 케이큐브벤처스를 통해 웹이나 모바일, 기술기반 스타트업들에 148억 원을 투자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1월 1천억 원을 출자해 벤처 투자전문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설립했다. 김 의장은 1월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케이벤처그룹 설립 안건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모바일시장에 맞춰 신생 벤처를 발굴해 투자하겠다는 취지였다.
케이벤처그룹은 1월23일 정식으로 문을 열었다. 박지환 대표가 케이벤처그룹 초대 대표를 맡았다. 김범수 의장의 개인회사인 케이큐브벤처스가 다양한 분야에 투자를 한다면 케이벤처그룹은 다음카카오 사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스타트업을 찾으려 한다.
케이벤처그룹은 투자할 곳을 정하고 투자를 확정하기까지 빠르면 1주일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자금지원 한계도 정해놓지 않았다. 5억 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을 때 큰 성장 발판을 만들 수 있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박 대표는 "아직 국내외에 케이벤처그룹처럼 빠르게 투자를 결정하는 모델은 없는 것 같다"며 "투자한 회사들의 가치가 높아지면 다음카카오 가치 역시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도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1일 임직원과 유망 스타트업이 직접 만나는 '스타트업 쇼케이스'를 열었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이날 "요즘 스타트업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이런 자리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서로 배우고 네이버도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 초 스타트업을 위한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네이버는 올해 4월 서울 강남역 주변의 메리츠타워에 스타트업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센터를 열려고 한다. 업무공간 지원,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유망한 스타트업을 직접 육성하려는 것이다.
네이버가 스타트업 육성 계획을 발표한 것은 차세대 성장동력 가운데 하나로 벤처투자를 꼽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미 2013년 1천억 원 규모의 벤처 펀드 조성안을 발표했다. 스타트업 지원 기구인 스타트업얼라이언에 100억 원의 기금을 출연해 다양한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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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래창조과학부와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이 힘을 합쳐 만든 민관협력네트워크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개소식을 가졌다. |
◆ 2000년대 닷컴 붐과 무엇이 다를까
2000년대 초반 국내 IT업계에 벤처 붐이 일었다. 1999년 4천여 개에 불과하던 벤처기업들은 2000년 8800여개로 불어났다. 2001년 1만2천여개로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붐은 오래가지 못했다. 거품이 걷히면서 수많은 벤처기업들은 한 순간에 기업가치를 잃었다.
올해 스타트업 열풍은 2000년대 초반의 닷컴 붐과 무엇이 다를까? 이번에도 곧 사라질 거품일까?
가장 큰 차이점은 현재의 스타트업들이 예전의 닷컴보다 훨씬 실속이 있다는 점이다.
한 스타트업 투자자는 “2000년대 스타트업은 실체가 없는 경우가 많았다”며 “당시 스타트업들은 실제 매출이 없는 데도 아이디어와 기술만으로 평가받았지만 요즘 스타트업은 확실한 매출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스타트업들이 확실한 실적을 낼 수 있는 점은 모바일 환경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예전에 벤처기업을 차리면 사무실과 서버와 같은 외형을 갖추는 데만 해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해야 했다. 그러나 요즘 창업자들은 각종 기관에서 지원하는 공간에서 노트북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창업할 수 있다.
또 다른 스타트업 투자자는 “닷컴붐 때 말만 그랬지 인터넷 환경이 아직 일상이 되지 않았는데 지금은 모두가 스마트폰을 소유하고 있고 SNS로 서로 연결돼 있다”며 “클라우드 서비스만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대형 서버를 구축하는 등 인프라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요즘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들의 절반은 IT 분야에서 회사를 세우고 특히 이 가운데 대부분 모바일 앱을 기획하는 것도 이런 사업환경 변화 덕분이다. 물론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대부분은 20~30대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대학가의 창업동아리는 2012년 1222개에서 2014년 2949개로 급증했다. 2013년(1833개)보다 무려 60% 이상 늘었다.
요즘 스타트업 열풍이 예전 닷컴 붐과 달리 거품이 아니라고 평가를 받는 데 창업 1세대들이 멘토에 나서고 있는 점도 한몫을 한다. 창업 1세대 멘토들은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대기업과 정부의 징검다리의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서성진 포테이토소프트 대표는 “닷컴 붐이라는 열병을 앓고 난 이후 여기서 성공한 1세대들이 직접 창업자들의 멘토를 자처하고 나서 생태계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스타트업 3만 개 시대
올해 1월 기준으로 국내 벤처기업은 3만 개를 돌파했다.
기획재정부와 중소기업청은 지난 4일 국내 벤처기업이 올해 1월 기준으로 3만21개라고 밝혔다. 벤처기업은 2006년 1만2218개, 2010년 2만4645개, 2015년 3만21개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관계자는 “벤처기업이 현 추세대로 성장한다면 2017년 3만5천 개에 이르고 전체 매출은 230조를 달성할 것”이라며 “제2의 벤처 도약을 위해 선순환 벤처·창업 생태계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관계자는 “한 벤처캐피털리스트이 지난해 연말까지 투자완료를 앞둔 스타트업만 12개라고 할 정도로 최근 들어 부쩍 스타트업이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해 12월15일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4’를 보면 스타트업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이 조사에서 설문에 응한 대기업 재직자의 41%는 직접 창업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스타트업으로의 이직을 고려한다는 응답(35%)도 그렇지 않다는 응답(1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스타트업 생태계의 분위기가 이전에 비해 좋아졌다는 응답이 31%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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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지난 1월 21일 열린 '네이버 스타트업 쇼케이스'에서 스타트업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
◆ 스타트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 정부
스타트업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아지자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중소기업청과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2일 창업·벤처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해 올해 2조 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벤처펀드 조성을 위해 지난해(5390억 원)보다 49.4% 늘어난 8050억 원을 투입한다.
정부가 이렇게 투자를 늘리는 데에 현재 국내 벤처투자 환경이 최적기에 들어섰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벤처펀드 조성액은 사상 최고치인 2조5천억 원을 기록했다. 신규투자도 18.6% 늘어난 1조6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벤처펀드를 계정별로 살펴보면 중소기업진흥 8870억 원, 엔젤투자 500억 원, 문화·스포츠·관광 2580억 원, 영화 240억 원, 특허 800억 원이다.
중기청은 펀드를 조성하면서 창업·벤처기업 투자촉진을 위한 제도도 개선했다.
중기청은 펀드운용사의 성과보수 체계에 '캐치업' 방식을 도입해 벤처캐피탈의 기준수익률 이전수익에 대해서도 성과를 보상한다. 한국벤처투자조합의 설립 소요시간을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다.
중기청은 또 위험도가 높은 창업초기 기업에 많이 투자하는 펀드에게 펀드 해산 때 모태펀드가 수령할 초과수익의 10%를 운용사에 배분하기로 했다.
중기청 관계자는 "운용사 선정·민간재원 매칭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해 벤처캐피탈 시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