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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 26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최경환 부총리 초청 전국상의 회장단과의 정책간담회’에 참석해 설명을 듣고 있다.<뉴시스> |
현정은 회장이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을 사실상 끝냈다.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됐다.
현대증권이 매각되면 현정은 회장은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만 거느리게 된다.
현정은 회장은 이들 계열사를 중심으로 현대그룹을 재건해야 한다.
현대그룹은 앞으로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과 현대아산의 대북사업 활성화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둘 다 외부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에 수익을 내기까지 갈 길이 멀다.
그때까지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그룹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도맡아야 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을 계속 지원하면서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현대그룹 구조조정 막바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현대상선이 보유중인 지분 25.9%와 자베즈파트너스 등이 보유한 동반매도권 지분을 포함한 36% 가량의 지분을 매입하는 대가로 1조 원 가량을 써냈다.
이 가격은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높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2013년 말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세웠던 목표를 초과달성하게 됐다. 게다가 자금여력도 갖추게 됐다.
또 현대상선 유상증자가 3월25일 완료되면 2380억 원이 추가로 들어오게 된다.
현대그룹은 2013년 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3조3천억 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를 오릭스에 넘기면서 6천억 원을, 현대상선의 액화천연가스(LNG) 사업부문을 매각하면서 9700억 원을 확보했다. 부산신항터미널의 재무적 투자자를 교체하면서 2500억 원을, 해외 터미널 유동화로 1500억 조달했다.
현대그룹은 구조조정을 통해 순환출자도 해소했다.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면서 ‘현대로지스틱스→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현대로지스틱스’의 구조에서 벗어나 ‘현정은 회장→현대글로벌→현대엘리베이터→현대상선→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만들었다.
◆ 현대그룹 먹여 살려야 하는 현대상선
현대그룹의 매출은 대부분 현대상선에 의존하고 있다.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도 현대상선이 제대로 수익을 내야 그룹 전체가 살아날 수 있다.
현대그룹의 2013년 매출 13조3900억 원 가운데 현대상선에서 나오는 매출이 8조 원 이상으로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해운업이 불황에 빠지기 전 현대그룹 전체 매출의 75% 이상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대상선은 현재 이자갚기도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
현대상선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 5조5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7% 감소했다. 다행히 영업손실도 2013년 1~3분기 2551억 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1645억 원으로 줄였다.
현대상선의 재무구조는 개선됐다.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97%에서 764%로 감소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적자가 문제다. 현대상선은 2010년 이후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흑자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아직은 전망이 불투명하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교역량이 정체돼 있는 데다 최대시장인 중국시장의 부진으로 중국발 해상물동량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컨테이너선 공급과잉과 시장선점을 위한 업체의 경쟁심화로 영업환경도 좋지 않다.
저유가 기조는 단기실적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앞으로 오히려 운임하락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화주들이 유가 하락분을 운임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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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12월 북한 개성공단에서 김양건 노동당 통전부장 겸 당 비서를 만난 뒤 경기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입경해 인터뷰하며 웃고 있다.<뉴시스> |
◆ 대북사업에 여전한 의지 보이는 현정은
현대아산도 금강산 관광사업이 중단되면서 누적손실이 심각한 상황에 몰려 있다.
현대아산은 그동안 주택사업에 진출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등 꾸준히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현대아산은 2012년 94억 원, 2013년 92억 원 등 매년 100억 원 정도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한때 1천 명이 넘었던 직원 수도 현재 300명이 되지 않는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지난해 세 차례 북한을 방문하면서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이 재개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그동안 현 회장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마다 대북사업에 진전이 있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현정은 회장도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현대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 것”이라며 대북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대아산은 현재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2개월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 사상 최대 실적 기록한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엘리베이터는 규모는 크지 않지만 안정적 수익을 내며 현대그룹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사상 최대기록을 달성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매출 1조2110억 원, 영업이익 1288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6%다. 전년보다 매출은 13.7%, 영업이익은 24.9%, 영업이익률은 0.9%포인트 증가했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48.4%로 2007년 이후 8년 연속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올해 전망도 밝은 편이다. 정부의 부동산 경기 부양책이 계속되면서 주택경기가 살아나 엘리베이터 설치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매출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3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에서 승강기를 전량수주해 8930만 달러를 번 데 이어 터키 이스탄불 지하철 공사에서 승강기 수주로 1310만 달러를 받는 등 해외시장에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앞으로 브라질공장 준공, 베트남 신규법인 설립, 4개 해외대리점 신설 등 해외시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려 한다.
하지만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상선 지원이 계속되면 현대엘리베이터도 유동성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상선은 3월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로 2380억 원을 조달하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의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는 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 등 다른 주주가 참여할 가능성도 낮고 일반공모 흥행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초과청약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대상선 지분 12.85%를 보유한 현대중공업과 6.06%를 보유한 현대건설, 5.75%를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은 2012년, 2013년 진행된 유상증자에 모두 불참했다. 이번에도 사실상 25%에 가까운 지분이 실권될 가능성이 높아 현대엘리베이터 증자 참여는 불가피하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분 등을 고려할 때 유상증자에만 500억 원 이르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