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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
이재용 부회장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주식 재산의 가치는 최대 3조7천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을 0.57% 보유하고 있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1조600억 원 정도다. 여기에 비상장 주식인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와 삼성SDS 지분 11.26%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지분 가치를 한국자산평가의 가치평가나 장외거래 가격 등으로 따져보면 각각 1조 원을 넘는다.
이 부회장이 이런 주식 부자가 되기 위해 마련했던 종자돈은 얼마나 될까?
이 부회장의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1994년부터 1996년까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61억4천만 원이 종자돈이었다. 이 부회장은 이 돈을 물려받고 증여세로 16억 원을 낸 뒤 남은 45억4천만 원으로 삼성의 비상장 계열사의 주식을 사고 상장되면 되파는 방식으로 현재의 3조6천억 원 가치의 주식을 확보했다.
◆ ‘상장대박’으로 만든 이재용의 3조6천억 재산
그 출발은 에스원이었다. 이 부회장은 1994년 10월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30억1천만 원을 증여받았다. 이 부회장은 증여세를 낸 뒤 남은 돈으로 같은 달 11일부터 13일까지 삼성에버랜드 등으로부터 비상장 기업인 에스원의 주식을 매입했다. 이 부회장은 에스원 주식 12만1880주를 주당 1만9천 원의 가격으로 23억1,600만 원에 사들였다.
에스원은 1996년 1월 상장했다. 이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에스원 주식 가운데 2만 주를 팔아 60억5662만 원을 손에 쥐었다. 당시 거래는 이 부회장의 매물을 삼성생명이 즉시 받아주는 통정매매 방법으로 이뤄졌다. 이는 이 회장의 지시를 받은 비서실 재무팀의 작품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이 부회장은 주당 29만5500원~30만7천 원이라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이 부회장은 그 뒤 1996년 8월 유상증자 참여(55억6100만 원)와 무상증자로 에스원 지분을 다시 늘렸다. 이어 1996년 11월부터 그 다음해 2월까지 역시 통정매매로 주당 17만6천~21만2169 원의 가격에 지분을 매각해 모두 295억3600만 원을 벌었다. 모두 78억7700만 원을 투자해 355억9300만 원을 회수했으니 약 277억1600만 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 부회장은 또 다른 비상장 기업인 삼성엔지니어링을 통해서도 막대한 자금을 마련했다. 1994년 10월 국제엔지니어링으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인수권 12만주를 주당 500원씩 모두 6천만 원에 매수한 것이 그 출발이었다. 이 부회장은 같은 날 6억 원을 들여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 12만 주를 주당 5천 원에 취득했다.
이 부회장은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1995년 4월 다시 12억 원을 증여받았다. 이 부회장은 사흘 뒤인 28일 이 돈으로 다시 국제엔지니어링으로부터 삼성엔지니어링의 신주인수권 16만주를 8천만 원에 매수하고 신주 인수를 통해 22만4천 주를 11억2천만 원에 취득했다.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이 1995년 5월과 199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무상증자를 실시하면서 약 13만 주를 추가로 확보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1996년 12월 상장했다. 이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지분 47만4720주를 1997년 2월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매각했다. 이때도 모두 279억3700만 원을 손에 쥔다. 18억6천만 원을 투자해 260억7700만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 부회장의 마지막 상장 대박은 제일기획이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3월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10억1천만 원을 증여받아 제일기획이 발행한 전환사채 실권분을 매입했다. 전환사채 발행 당시 삼성전자 등 기존 주주들은 실권했는데 그 규모는 10만3825 주로 발행총액의 57.68%에 달했다. 이 부회장은 주당 1만 원씩 총 10억3800만 원을 투자했다.
이 부회장은 1996년 4월 다시 아버지 이 회장으로부터 9억2천만 원을 증여받아 그달 27일 제일기획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이 부회장은 주당 5천 원씩 19만5550주를 모두 9억7775만 원에 취득했다. 이를 통해 이 부회장은 제일기획의 지분 25.7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이 부회장은 1998년 3월 제일기획이 상장하자 그해 11월 7일부터 19일까지 사흘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이 부회장은 보유주식 29만9375주를 주당 5만2924원~5만4073원의 가격으로 되팔아 161억1600만 원을 회수했다. 20억 원을 투자해 161억 원을 벌었으니 약 141억 원의 차익을 얻은 것이다.
◆ 에버랜드 전환사채 꼼수, 이재용 4조원 자산의 ‘화룡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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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과 관련해 특별검사팀에게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하고 있다. |
이런 과정들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 마련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1996년 1월 무렵 변수가 생겼다. 정부가 전환사채 등을 이용한 재산의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 상속세법 개정을 추진했던 것이다. 정부는 그해 6월 공청회를 열고 8월 입법예고한 뒤 10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에버랜드를 실질적인 삼성그룹 지주회사로 만들고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를 지배하도록 하는 작업이 추진됐다. 당시 이 회장 비서실 재무팀을 중심으로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한 것으로 2008년 삼성 비자금 특별검사 조사결과 드러났다.
당시 에버랜드의 재무 상태는 양호했다. 굳이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1996년 10월 ‘자금조달 방안’이 작성됐고 같은달 30일 삼성에버랜드 이사회에 상정됐다. 이 자금조달 방안은 이 부회장이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인수하도록 잘 짜인 각본이었다는 것이 당시 삼성 비자금 특검의 시각이었다.
이 때문에 발행 후 전환될 주식의 가치평가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목적이 이 부회장의 삼성에버랜드 지분확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삼성에버랜드 1주당 적정가격은 8만5천 원 정도였다. 하지만 당시 이 회장 비서실 재무팀은 추가로 발행할 삼성에버랜드 주식수 129만2800주와 추가로 확보할 자본금 100억 원을 감안해 전환가격을 1주당 7700원으로 산정했다.
삼성에버랜드는 주주배정방식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했다. 주주배정방식은 신규 주식의 인수 우선권을 기존 주주에게 주는 것이다. 기존 주주들이 실권한다면 회사는 이사회를 통해 제3자에게 실권된 전환사채를 배정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의 주주였던 중앙일보와 제일모직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은 사전 계획대로 실권한 것으로 삼성 비자금 특검조사 결과 드러났다. 이 부회장은 이부진, 이서현 등 여동생들과 함께 1996년 12월 삼성에버랜드 이사회로부터 실권이 확정된 발행전환사채를 배정받았다.
이 부회장은 에스원에서 얻은 시세차익 중 48억3091만 원을 인수대금으로 썼다. 이후 이 부회장은 전환권을 행사해 25.1%의 에버랜드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 당시 이 부회장과 여동생들은 97억 원이라는 헐값에 125만4천 주를 취득했다.
이 부회장이 에버랜드 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사실상 그룹 경영권을 물려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췄다. 삼성에버랜드는 이후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여 대주주가 됐고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가 완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