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핀테크'를 활성화하기 위해 IT기업들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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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헌 네이버 대표이사 |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아직까지 소극적 태도를 보이며 시장상황을 좀더 지켜보려고 한다. 두 회사는 국내 IT업계를 주도하고 있으나 금융업에 대한 경험이 전무해 섣불리 뛰어들기 쉽지 않다.
금융권과 IT업계 관계자들은 두 회사가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더라도 단독 설립보다 기존 금융회사와 협력하거나 투자하는 방안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한다.
네이버는 28일 “인터넷전문은행이 네이버 이용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검토하겠지만 은행은 전통적 규제산업이며 축적된 노하우가 필요한 분야”라며 “시장진출에 아직 수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음카카오도 27일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내부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없다”며 “앞으로 상황이 바뀌는 것에 따라 설립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27일 ‘IT금융융합 지원방안’에서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방안을 올해 상반기 안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이 의결권을 보유한 은행지분을 4% 이상 소유할 수 없다고 규정한 금산분리 규제 완화를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을 10% 이상으로 높이거나 아예 제한을 없애고 금융위가 별도로 심의해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 빗장을 풀면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인터넷으로 은행영업을 하는 ‘네이버은행’이나 ‘다음카카오은행’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아직까지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회사는 ‘뱅크월렛카카오’나 ‘네이버페이’로 대표되는 전자송금결제서비스 관련 규제가 완화한 것을 더 환영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핀테크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IT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지원하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는 당장 설립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와 IT업계가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IT업계 관계자들도 금융당국이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해도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을 직접 설립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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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대표이사 |
두 기업은 인터넷전문은행의 주 수익원이 될 대출 등 여신업무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다. 기존은행의 인터넷뱅킹과 차별화한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한 선점효과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 대표이사는 최근 “인터넷 전문은행은 우리가 들어가서 잘할 수 있는 영역인지 판단하기 힘들다”며 “IT회사가 인터넷 전문은행을 세운 뒤 기존은행처럼 신용평가나 대출을 할 때까지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기존 은행이나 다른 제2금융권 회사가 세운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투자 방식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네이버는 이달 중순 금융회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에 지분투자 형태로 참여한다는 소문에 휩싸이기도 했다. 네이버는 당시 컨소시엄 구성을 부인했으나 금산분리 규제 완화가 이뤄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IBK투자증권은 “국내 금융시장환경을 고려하면 금융회사와 IT회사 등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터넷전문은행을 구성하는 방안이 현실적일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의 특혜가 소수에게 집중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