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단현상으로 괴롭다고 해서 아편을 다시 가까이 해서는 안 된다.”
과거 정치자금법을 완화하는 데 반대했던 고
노회찬 의원이 했던 말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지키기 어려웠던 정치자금법을 현실에 맞게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5일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의 사망과 관련해 “모금과 집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정치자금을 현실화하며 정치신인이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정치자금법 개선방안을 당 차원에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의 발언 외에도 정치권에서는 노 의원의 비극적 죽음과 관련해 정치자금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현역 국회의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조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은 제12조에서 국회의원은 후원회를 통해 1억5천만 원까지 모금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선거가 있는 해에는 2배인 3억 원까지 모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이 아닌 정치신인이나 지방의회 의원은 후원금을 모금할 수 없다.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는 자격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상 국회의원이나 국회의원 예비후보, 지방자치단체장 후보, 대통령 후보와 대통령 예비후보만이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게다가 공직선거법상 국회의원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국회의원 총선거 120일 전부터만 예비후보로 등록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신인이나 재기를 노리는 정치인은 정치자금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120일이라는 짧은 기간에 정치자금을 모아야 할 뿐만 아니라 그 기간이 아니면 정치자금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노 의원도 드루킹의 경공모 회원들로부터 4천만 원을 받을 당시 정치자금을 모으기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준비해야 했다. 이 때는 ‘삼성 X파일 폭로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로 19대 국회의원을 상실하고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준비하던 시기였는데 자금 사정이 어려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 의원의 죽음을 계기로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의 후원금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 제31조에 따르면 법인 또는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재산과 인맥을 갖추지 못한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정치자금을 모으기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 “미국 등 외국처럼 기업·단체도 정치인에게 후원할 수 있도록 자유롭게 풀어주는 대신 사용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정경유착을 막기 위한 당위성 때문에 현행 정치자금법을 유지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나라당의 이른바 '차떼기식'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계기로 개정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