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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뉴시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마침내 한진해운을 품에 안았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독배일 가능성이 자꾸만 높아지고 있다. 해운의 위기가 그룹 전체로 번질 거라는 우려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한진해운은 21일 주주총회를 열었다. 한진해운의 이번 주총은 최은영 회장이 이끄는 한진해운홀딩스의 자회사로서 마지막 정기주총이다. 한진해운은 다음달 29일 임시 주총을 열어 한진해운홀딩스 분할법인과 합병하게 된다. 합병 후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한다. 조 회장은 임시 주총에서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된다.
이번 주총을 끝으로 물러나는 최 회장은 이날 주총에 불참했다. 최 회장은 서면을 통해 “그동안 불황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구노력에 최선을 기울였지만 영업이익 실현을 달성하지 못해 주주 여러분께 송구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으로 한진해운은 석태수 사장이 맡는다. 석 사장은 조 회장의 최측근이다.
이번 주총 결과 조양호 회장은 계획대로 한진해운을 다시 품에 안게 됐다. 한진해운은 조 회장의 동생인 조수호 전 회장이 맡고 있었다. 최 회장은 조수호 회장 사후부터 한진해운을 이끌며 조양호 회장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으로 경영해왔다.
하지만 최 회장은 해운업황의 오랜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결국 지난해 조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요청을 받은 조 회장은 지난해 말까지 총 2500억 원을 긴급수혈했고 올해 4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약속했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통해 별도로 1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도 밝혔다.
조 회장은 다음달 한진해운의 합병작업이 완료되고 최 회장으로부터 한진해운 지분을 완전히 넘겨받게 되면 한진해운을 자회사로 편입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간판인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 한진해운과 한진해운홀딩스로부터 주식과 여의도 사옥을 담보로 넘겨받았다.
조 회장은 한진해운 인수를 통해 종합물류그룹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청사진을 품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평가는 부정적이다. 한진해운의 재무상황이 워낙 나빠 쉽게 호전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한진해운을 부활시키려는 조 회장의 노력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진해운은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2011년 741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2012년과 지난해에도 각각 7008억 원과 7120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최근엔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어려움까지 겪고 있다. 지난 20일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내렸다. 등급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을 유지했다. 한신평은 보도자료를 통해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와 선박투자 등으로 2013년 말 별도기준 부채비율이 1444.7%에 달한다”며 “당분간 영업현금흐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했다.
한신평은 한진해운의 자구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한신평은 “핵심자산 매각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안정성과 영업현금창출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현재 강력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일 해저통신케이블 관리 회사인 케이티서브마린의 지분을 342억 원에 매각했다. 조 회장이 지난 1월 신년인사회에서 “구조조정을 통해서 활력을 불어 넣겠다”고 말한 것을 시행에 옮긴 것이다.
조 회장이 세운 한진해운의 자구안 규모는 2조 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 금액도 안심할 수 없다. 1년 내 단기 도래하는 차입금의 규모만 3조2000억 원이기 때문이다. 2조 원의 유동성은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한 ‘최소한’이다.
더 큰 문제는 한진해운의 위기가 모그룹인 한진그룹 전체로 번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한진그룹은 2009년 11월부터 지난해까지 5년째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체결해왔다. 한진그룹은 자구노력에도 불구하고 올해도 불합격 판정을 받아 약정을 다시 체결했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한진해운뿐 아니라 한진그룹 전체의 자구계획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이 올해도 약정에서 벗어나지 못한 원인으로 한진해운을 지목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올해까지도 적자를 내면 대한항공이 또 다시 추가증자해야 하는데 결국 두 회사 모두 부실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