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반도체 사업장에서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원회)에 따르면 24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조정위원회는 ‘3자 대표 사이 제2차 조정 재개 및 중재 방식 합의 서명식’을 열고 반도체 피해자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해결에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가 최근 내놓은 공개 중재 제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의사를 21일 조정위원회에 전달했다. 반올림 역시 21일 조정위원회의 제안에 동의한다는 뜻을 전달했다.
이에 앞서 조정위원회는 18일 삼성전자와 반올림 측에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각각 발송했다.
조정위원회는 지금까지 당사자의 주장을 듣고 조정안을 제시하면 양측이 이를 수락 혹은 거부할지 의사를 나타내고 조율하는 ‘조정’ 방식이었으나 이번에는 조정위원회가 양측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에 해당하는 중재 '결정'을 내리겠다고 전달했다.
조정위원회는 한쪽이라도 중재안을 거부하면 더 이상 활동을 이어갈 수 없다고 밝히며 양측에 압박 수위를 높였다.
삼성전자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이르면 2개월 뒤에 나올 중재안의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수용한다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이를 조정위원회에 전달했다.
반올림 측도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도 결정했다.
조정위원회가 정할 중재안은 9월말에서 10월 초에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조정위원회가 발표할 ‘'제2차 조정 최종 중재안’에는 반올림 피해자 보상안, 새로운 질병 보상 방안, 삼성전자 측의 사과, 반올림 농성 해제, 재발 방지 및 사회공헌 등의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삼성전자의 중재안 수용을 놓고 올해 2월 초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이 부회장이 삼성의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방안으로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문제 해결에 나선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문제는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 반도체 생산라인 직원인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추가 백혈병 피해자들이 속속 밝혀지면서 백혈병 등의 질환이 반도체 제조와 관련된 직업병이라고 볼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시작됐지만 삼성전자는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2008년 3월 시민단체 반올림이 발족하면서 분쟁은 본격화됐다.
삼성전자는 2012년 반올림 측에 대화를 제안하면서 협상의 물꼬가 트였지만 양측의 의견 차이로 협상이 장기화됐다. 유족 가운데 일부가 조속한 협상을 촉구하면서 ‘가족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조정위원회 설치를 제안했고 반올림과 삼성전자가 조정위원회에 참여하면서 의견이 좁혀졌다.
조정위원회는 2015년 7월 ‘조정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합의는 다시 무산됐다. 삼성전자는 2015년 9월 자체 보상안을 발표하고 신청자들을 상대로 보상을 시작했다.
반올림과 일부 피해자들은 즉각 반발하면서 2015년 10월 7일부터 삼성전자 본관 앞에서 천막 농성을 시작했다. 이들의 농성은 7월2일로 1천일을 맞았다.
조정위원회는 올해 초 삼성전자와 반올림으로부터 ‘합의 의사’를 확인하고 내부 검토를 거쳐 7월18일 ‘2차 조정을 위한 공개 제안서’를 양측에 각각 발송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