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유럽연합의 세이프가드가 발동됐지만 이 회사들은 연초 계획했던 대로 하반기 유럽에 철강제품을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유럽연합이 당장 철강제품 수입 규모를 줄이는 게 아니라서 하반기에 계획대로 철강제품을 유럽에 수출할 것”이라며 “할당된 쿼터 이상 철강제품을 수출할 때만 관세를 물면 되기 때문에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은 19일부터 수입산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겠다고 18일 밝혔다. 미국 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수입산 철강제품에 쿼터(수입할당량)를 부과하고 관세율을 높이면서 미국에 수출되지 못한 철강제품이 유럽으로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유럽연합은 최근 3년 평균 수입물량까지는 관세를 부과하지 않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만 관세율 25%를 적용하기로 했다. 유럽연합은 세이프가드 조사 개시 후 최종 결정을 내리 전에 200일 동안 잠정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는 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2019년 2월까지 이 조치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도 수입산 철강제품을 대상으로 관세 장벽을 높였지만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회사가 이번 조치로 받는 부정적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증권업계는 분석한다.
지난해 한국 철강회사가 유럽에 수출한 철강제품 규모는 330만 톤인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수출량은 245만 톤, 동국제강 수출량은 13만 톤 정도다. 하지만 이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지난해 각각 판매한 철강제품 규모에서 4%대, 동국제강은 2%대에 그친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연합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발동한다고 해도 한국 철강회사들이 유럽에 수출하는 철강제품 양이 적어 당장 실적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유럽연합이 국가별로 쿼터를 부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한국 철강회사들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떠오른다.
유럽연합이 정해놓은 쿼터가 다 차기 전에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 철강회사들이 유럽에 공급하는 철강제품 규모를 급하게 늘리면서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이 높은 관세를 물고 유럽에 철강제품을 공급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되면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이 관세를 내느라 유럽에 수출하는 열연강판, 냉연강판, 도금강판 등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다만 현대제철 관계자는 “공산품과 달리 철강제품은 품질이나 납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현대제철 등 한국 철강회사들이 유럽에 고객회사를 두고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하는 고부가가치 철강제품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이나 해외 철강회사들이 갑자기 철강제품 수출량을 늘려 쿼터를 채우는 전략을 쓰기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