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느낌?’
SKC&C와 삼성SDS를 두고 증권가에서 나도는 얘기다. 두 회사는 각각 SK그룹과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SI(시스템 통합) 계열사다. IT서비스 업계의 경쟁사이면서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된 회사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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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
핀테크 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점에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점도 유사하다. 이런 유사성 때문에 주가 흐름도 비슷하게 움직일 때가 많다. 하지만 좀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상당한 차이점도 발견된다.
현대증권은 22일 SKC&C와 삼성SDS가 장기적으로 핀테크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용기 연구원은 “정부의 핀테크를 위한 규제완화, 보안산업 육성 방침, 클라우드 산업발전법 연내 입법추진 등은 SKC&C와 삼성SDS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지배구조 이슈는 양사 주가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고 장기적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NH투자증권 김동양 연구원은 이날 “국내 IT서비스시장의 저성장에 불구하고 삼성SDS, SKC&C 등 활발한 M&A를 펼쳐온 기업들은 높은 외형성장을 보여왔다”며 “IT서비스 기업들의 Non-IT서비스 신사업 추진 지속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SKC&C와 삼성SDS는 최근 핀테크와 신사업 추진 기대를 동시에 받고 있으나 주가에서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SKC&C는 22일 전일과 대비해 0.89%(2천 원)가 오른 22만6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S의 이날 종가는 전날에 비해 0.87% 내려 22만7500원이었다.
삼성SDS는 지난해 공모주 시장을 뜨겁게 달구며 화려하게 증시에 등장했다. 상장 당일을 제외하고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42만8천 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그뒤 주가가 속절없이 내려앉아 현재 20만 원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SKC&C는 지난 2009년 11월 상장했다. 상장 직후 연일 상한가를 이어가다 두 달 만에 시초가 3만2250원보다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이후 2011년 11월 5배가 넘는 16만 원대로 올라섰다.
삼성SDS는 시초가 38만 원에서 시작해 두 달이 지나면서 30% 이상 주가가 빠졌다. 시초가 대비 수익률로만 보면 SKC&C의 압승인 셈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겨났을까?
SKC&C는 상장 당시 실적이 좋았던 점도 있으나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주가를 꾸준히 관리했다.
반면 삼성SDS는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부각됐으면서도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의문이 제기되며 ‘거품론’에 휩싸였다.
삼성SDS는 데이터센터 준공을 위해 비용지출이 늘 것으로 예상돼 올해 3분기까지 실적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또 제일모직이 삼성SDS에 이어 곧바로 증시에 등장한 점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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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C&C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분 32.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지주사가 아닌데도 사실상 그룹의 ‘으뜸주’로 대접받는다.
SKC&C가 SK그룹 지주사인 SK의 지분을 31.8% 보유하고 있어 최 회장이 SKC&C를 통해 SK그룹의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SKC&C는 삼성SDS처럼 사실상 그룹의 일감몰아주기를 발판으로 성장했으나 중고차매매 회사 엔카와 합병하고 중고 휴대폰 유통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추진하며 덩치가 더욱 커졌다.
SKC&C는 글로벌시장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반도체 모듈 자회사 에센코어는 22일 프리미엄반도체 모듈 브랜드 ‘클레브’를 출시했다.
에센코어는 SKC&C가 반도체 모듈사업을 위해 작년 8월 인수한 ISD테크놀로지사의 이름을 바꾼 회사인데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SKC&C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에센코어가 이번에 선보인 제품은 게임용 모듈인 DDR4·DDR3, 64GB급 지문인식 USB 등이다. 킹스톤이나 트렌샌드 등 중화권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33조 원 규모의 세계 반도체 모듈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SKC&C는 SK그룹의 기둥 역할을 하면서 지주사인 SK 시가총액도 이미 훌쩍 뛰어넘은 상태다. 업계에서 SKC&C와 SK의 합병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두 회사의 합병을 통해 안정적 지배구조를 구축하려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