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2018-07-09 14: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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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명수가 되라.”
차현배 제이씨현시스템 대표이사 회장이 직접 쓴 책 ‘생존의 법칙’에 실린 한 챕터의 제목이다.
▲ 차현배 제이씨현시스템 대표이사 회장.
이 말처럼 제이씨현시스템은 설립 이후 30여 년 동안 새로운 사업을 끝없이 시도해 살아남았다. 이제는 드론사업으로 또 다른 흐름에 대비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제이씨현시스템은 정부가 드론사업에 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국내 드론사업 규모를 현재 700억 원에서 2022년까지 1조4천억 원까지 키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힌 데 따른 것이다.
전상용 토러스증권 연구원은 “제이씨현시스템은 국내 1위의 드론 유통업체인 만큼 드론 비행 규제의 완화와 지원 확대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제이씨현시스템은 그래픽카드, 메인보드, 모니터 등 컴퓨터 부품을 유통하는 회사다. 세계 최대의 드론 전문기업인 중국 DJI의 국내 공식공급 역시 담당하고 있다. 드론을 판매할 뿐 아니라 관련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를 연구하는 연구전담부서도 운영한다.
차 회장은 앞으로 상업용 및 산업용 드론 솔루션시장을 적극 개척해 '드론 솔루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6월 말에는 자체 개발한 솔루션인 ‘드론 실시간 제어 시스템(RTS)’을 발표하기도 했다.
드론 실시간 제어 시스템은 드론이 획득한 영상정보와 비행 데이터 등을 원격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한다. 산업용 드론 여러 대를 한 곳에서 한 번에 제어해 운용 효율을 높이고 충돌이나 추락 등 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제이씨현시스템 관계자는 “우리가 개발한 드론 실시간 제어 시스템은 다른 바숫한 솔루션들과는 달리 별도의 추가적 장비 없이 DJI사의 드론을 완벽하게 활용할 수 있다”며 “중국 DJI사 드론이 세계 민간 드론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이 솔루션을 기반으로 세계시장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메인보드, 그래픽카드 등 외국기업 제품의 유통을 주로하고 있는 만큼 매출에서 수출 비중이 매우 작은데 드론 솔루션사업으로 수출 확대를 기대하고 있는 셈이다.
제이씨현시스템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 유통사업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조립PC 시장에서 제이씨현시스템의 그래픽카드 유통 점유율은 30%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도 전망이 밝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고 실적을 다시 쓸 것으로 보인다.
김규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제이씨현시스템은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등 고사양 PC가 필요한 게임 출시에 따른 PC 교체 수요의 증가, 가상화폐 채굴과 가상현실(VR)시장 성장 등으로 업황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제이씨현시스템은 1분기에도 연결기준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3%, 영업이익은 312.1% 늘어나면서 분기 최대 실적을 거뒀다. 증권사들은 올해 매출이 3300억~3600억 원가량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6년 매출이 1898억 원에 불과했는데 2배 가까이 뛰는 것이다.
하지만 차 회장은 안심하지 않고 있다. 그는 '기술 발전과 세상의 흐름을 읽고 항상 변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녔다. IT처럼 수명이 짧은 산업은 한 분야에서 잘 나가다가도 순식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차 회장은 1970년대 선경(현재 SK그룹)에서 일하다가 해외 컴퓨터 산업이 막 태동하는 것을 보고 정보통신기술(ICT)분야에 눈을 떴다. 결국 1984년 제이씨현시스템의 전신인 '현컴퓨터'를 세워 매장 관리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자계산기도 보기 어렵던 시절이다 보니 금세 자본금만 까먹었다. 고민을 거듭하다 해외 회사를 대신해 상품 구입을 대행하는 '바잉오피스'를 공략했더니 마침내 고객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이후 30여 년동안 차 회장은 40개에 가까운 사업을 펼쳤다. 소프트웨어 개발과 판매업으로 기반을 다지고 PC 부품 유통으로 입치를 굳혔으며 여러 관련 사업으로 다각화를 시도했다.
크게 성공하기도 했고 호된 실패도 여러 번 맛봤으나 차 회장은 아직도 새로운 사업아이템 발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년 간 생존했으니 이제 100년을 위한 밑돌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이기도 하다. 차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항상 칼날 위에 서 있는 듯한 심정으로 경영을 하다보니 믿음없이는 안된다"며 "1억 달러를 수출하는 회사가 되게 해달라는 기도가 이뤄질 때가 내 인생의 정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