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을 맞아 전장용 MLCC 시장에서 실적 상승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올해도 스마트폰 수요 둔화에 실적을 크게 개선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관세 불확실성까지 남아있는 만큼, IT 부품업계의 '실적 겨울'이 더 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은 전장(차량용 전기·전자장비)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를 비롯한 신사업에서 돌파구를 찾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27일 IT부품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1분기 중국 정부의 이구환신(전자기기 구매 보조금 지원) 정책에 일시적으로 회복했던 IT부품 수요가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1분기는 삼성전기와 같은 부품 업체에 성수기였다.
삼성전자 갤럭시S25 시리즈를 비롯해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이 출시됐고,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으로 스마트폰 수요도 단기간에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내수 경제를 살리기 위해 820달러(약 116만원) 이하의 스마트폰과 가전제품을 구매하면 판매가의 15%를 소비자에게 돌려줬다.
삼성전기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MLCC는 전자제품 회로에 전류가 일정하게 흐르도록 조절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등 IT기기에 전방위로 탑재된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보조금 효과는 오래가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중국 주간 스마트폰 판매량은 2025년 5주차부터 11주차까지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누적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감소했다”며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제도가 시행된 첫 주에는 시장 하락세가 일정 부분 완화됐으나, 그 뒤로는 지속적인 수요를 이끌어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미국 관세 정책도 실적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삼성전기는 현재 한국과 중국, 필리핀 공장에 MLCC 공장을 두고 있으며, 패키지 기판 공장은 한국과 베트남에서 운영하고 있다.
한국(관세율 25%), 중국(125%), 베트남(46%), 필리핀(17%)은 모두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국가로, 90일 관세 유예가 발표되기는 했지만 관세 협상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 삼성전기가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이에 따라
장덕현 사장은 전장과 인공지능(AI) 등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 하고 있다.
장 사장은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빌리티, 로봇, AI·서버, 에너지 4개 사업군을 미래 먹거리로 제시하며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전개해 미래 성장기회를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특히 전장 분야에서는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BYD와 수천억 원 규모의 MLCC 공급 계약을 맺었다.
전기차 한 대에는 MLCC가 1만5천 개 이상이 들어간다. 스마트폰에는 한 대당 800~1천 개의 MLCC가 탑재되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필요한 셈이다.
게다가 자율주행이 상용화되면 MLCC 수요는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벨 2~3 자율주행 차량은 기존보다 MLCC가 최대 3천 개 더 필요하고, 레벨 4~5 자율주행 차량에는 5천 개가 더 요구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자동차 자율주행을 위한 MLCC를 출시하기도 했다.
자율주행 핵심 장치 가운데 하나인 라이다 시스템에 필수적인 초소형, 고용량 MLCC를 개발해 고성능 전장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고의영 iM증권 연구원은 “2024~2030년 글로벌 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시장은 연평균 11% 성장해 8조 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매출은 2025년 1조2천억 원, 2026년 1조5천억 원에서 연평균 17% 성장해 2030년 2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