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4-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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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에쓰오일이 올해 정제마진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샤힌 프로젝트 설비투자(CAPEX)를 확대하고 있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본격화할 샤힌 프로젝트 상업가동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실적 회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 에쓰오일이 2026년 샤힌 프로젝트 상업가동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실적을 회복하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에쓰오일>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1분기 연결기준 매출 9조1152억 원, 영업이익 965억 원을 올릴 것으로 추정됐다. 2024년 1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2%, 영업이익은 79% 후퇴한다는 것이다.
에쓰오일 매출의 80% 안팎을 차지하고 있는 정유부문에서 영업손실을 낸 점이 부진의 요인으로 꼽힌다.
증권업계는 에쓰오일이 올해 1분기 정유부문에서 최소 230억 원에서 최대 660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낸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이 심화됨에 따라 국제유가가 60달러대로 떨어진 데다 경기 침체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유회사의 주요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함께 하락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4월 셋째 주 평균 복합정제마진은 7.1달러로 손익분기점인 4~5달러 근처에 형성됐다. 올해 1월 12달러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낮아진 수치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모두 최근 보고서에서 2026년까지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만큼 2분기에도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1분기 정유 부문에서 적자 전환하며 시장기대치를 밑돌았다”며 “정유 중심의 실적 부진은 유가 약세가 지속되며 2분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실적 부진에도 올해 샤힌 프로젝트 투자 확대가 예정돼 있어 에쓰오일의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석유화학 부문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를 목표로 울산 온산 국가산업단지에 정유·석유화학 통합공장(COTC)을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TC2C(Thermcal Crude to Chemical) 시설과 연간 18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크래커 등이 들어선다.
2025년 4월을 기준으로 샤힌 프로젝트의 설계·조달·시공(EPC) 공정률은 60%를 넘어섰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올해 3조5천억 원을 추가 투입한다. 프로젝트 사상 최대 규모로 지금까지 에쓰오일은 2022년 406억 원, 2023년 1조4640억 원, 2024년 2조6070억 원을 투자했다.
지형삼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와 관련된 투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채무부담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3년부터 순차입금 규모가 증가세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에쓰오일 순차입금은 2022년 말 3조7580억 원에서 2024년 말 6조460억 원으로 확대됐다.
에쓰오일은 재무부담에도 기존에 마련했던 자금 조달 계획에 따라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투자액인 총 9조 원 가운데 29%를 최대주주 대여금과 외부 차입금 및 회사채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하락함에 따라 샤힌 프로젝트에 이익잉여금을 추가적으로 투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획 단계에서 마련한 조달 계획에 따라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올해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에 3조5천억 원을 투입한다. 사진은 울산 샤힌 프로젝트 공사장 모습. <에쓰오일>
지난 2월24일 에쓰오일이 진행한 3500억 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 수요예측에서는 1조5200억 원의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이에 에쓰오일은 4400억 원까지 회사채 발행을 증액했다.
에쓰오일이 사우디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외부 차입금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높다. 아람코는 계열사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를 통해 에쓰오일의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에쓰오일은 아람코로부터 장기차입금 6억 달러, 예비한도대출 5억3800만 달러 등을 확보했다. 당시 원/달러 환율 기준으로 계산하면 1조5685억 원 규모를 지원받은 셈이다.
업황 침체에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목적으로 설비투자(CAPEX)를 축소한다는 방침을 세운 다른 주요 석유화학 기업과는 다른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일례로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 3월24일 제24기 정기 주주총회 뒤 기자들을 만나 “올해는 2조5000억~2조7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했지만 현금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고려해 투자 규모를 1조원 이상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와르 알 히즈아지 에쓰오일 대표이사 최고경영자는 설비투자에 따른 실적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2026년 샤힌 프로젝트가 상업가동에 들어가면 실적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TC2C 기술이 실적 개선의 핵심으로 꼽힌다. TC2C 기술이 도입되면 원유 배럴당 10~20%에 그쳤던 석유화학제품 전환율이 70%까지 상승하게 된다.
높은 효율성을 바탕으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석유화학 업황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는 중국발 저가 공세도 극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업계는 에쓰오일이 2026년 영업이익으로 1조 원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황이던 2022년 영업이익 3조4052억 원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2023년 9488억 원은 넘어서며 회복세로 접어든다는 것이다.
다만 에쓰오일은 나프타분해시설(NCC) 업황이 부진한 만큼 샤힌 프로젝트 완공 뒤 생산될 180만 톤 규모의 에틸렌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에쓰오일은 주요 사업인 정유업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실적 회복에서 샤힌 프로젝트의 안정적 가동과 수익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