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소유지배구조를 투명하게 하려고 도입한 지주사체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기업집단과 그렇지 않은 기업집단 사이에 소유지배구조에 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내부거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등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 도구로 이용될 우려가 큰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수익구조 및 출자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분석대상은 기업집단 전체가 지주사체제로 전환된 18개 대기업집단 소속 지주회사들이다.

SK, LG, GS, 한진칼, CJ, 부영, LS, 제일홀딩스(하림그룹), 코오롱,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동원엔터프라이즈, 한라홀딩스, 세아홀딩스, 아모레퍼시픽그룹, 셀트리온홀딩스, 한진중공업홀딩스, 하이트진로홀딩스, 한솔홀딩스가 분석대상이다.

공정위는 분석결과 현재 지주회사는 제도 설계의 전제가 된 대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장점이 발휘되지 못한 상태라고 파악했다.

오히려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 등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는 부작용 우려가 상당해 제도 보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이 지주회사는 자회사, 손자회사 등과 내부거래를 통해 배당외 수익을 과도하게 받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외 수익은 브랜드 수수료, 부동산 임대료, 경영컨설팅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분석대상 지주회사의 배당수익 비중은 평균 40.8%에 그쳤지만 배당외 수익은 오히려 더 큰 43.4%였다. 18개 지주회사 가운데 배당수익 비중이 90% 이상인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이들의 배당외 수익 비중은 대기업집단 소속이 아닌 지주회사의 배당외수익 비중(13.9%)은 물론 지주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대기업집단에 소속된 지주회사의 배당외수익 비중(28.1%)보다 현저히 높았다.

셀트리온홀딩스는 배당외 수익이 100%였고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84.7%) 한솔홀딩스(78.8%), 코오롱(74.7%), 부영(64%), CJ(62.7%), 한진칼(58.5%), LG(55%) 등에서 배당외 비중이 50%를 넘었다.

특히 지주회사가 보유 중인 자회사들의 지분율 평균이 낮을수록 배당외 수익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공정위는 자회사 지분율이 낮은 지주회사일수록 수익 확보를 위해 배당에 의존하기보다 배당외 수익을 확대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또 지주회사는 자회사보다 손자회사와 증손회사를 늘리는 방식으로 지배력을 확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8월 기준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4곳의 자회사는 평균 9.8개, 손자회사는 평균 6.0개였다. 

2015년 9월 기준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 15곳의 자회사는 평균 10.5개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손자회사는 16.5개로 크게 늘어났다. 2006년 한 곳도 없던 증손회사도 2015년 평균 2.5개로 늘었다.

이들 지주회사에서 자회사가 소폭 증가한 것도 대부분 지주사체제에 신규 편입되면서 나타난 통계상 효과였다. 기존 지주회사가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하는 사례는 미미했다.

반면 손자회사는 자회사가 새로 설립하거나 인수해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주회사들은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2017년 기준 이들의 내부거래 비중이 55%로 전체 대기업집단 소속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의 평균 내부거래 비중(14.1%)을 크게 웃돌았다.

이들의 내부거래는 대부분 배당 외수익과 관련한 거래였다. 이런 거래는 모두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졌고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사례는 전혀 없었다.

지주회사가 배당외 수익의 내부거래 내역을 공시한 사례는 전체 362건 가운데 48건으로 13.3%에 그쳤다. 브랜드 수수료 내부거래는 230건 중 38건, 부동산 임대료 내부거래는 83건 중 10건이 공시됐으나 컨설팅수수료 49건은 한 건도 공시하지 않았다.

지주사체제로 전환한 대기업집단의 출자구조는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이 집단들의 출자단계는 2013년 5월 기준 평균 3.07단계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집단의 5.29단계와 격차가 컸으나 2017년 11월에는 3.9단계와 4.5단계로 격차가 좁혀졌다.

공정위는 “지주회사를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와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현재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특위에서 제도 개선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