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총수일가의 간접지배를 받고 있는 계열사까지도 살펴보겠다는 뜻을 보이면서 한화그룹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수도 있다.
한화그룹은 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 이외에도 에이치솔루션을 정점으로 하는 또 다른 지배구조를 구축해놓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회사로 ‘김동관김동원 김동선→에이치솔루션→한화에너지→한화종합화학→한화토탈, 한화큐셀코리아’의 지배구조가 짜여 있다.
공정위가 간접지배를 통한 사익편취 규제를 강화하면 당장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한화에너지는 전남 여수와 전북 군산에 있는 산업단지에 전기와 열을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사업으로 수익을 낸다. 하지만 한화그룹 계열사로부터 얻는 수익도 상당하다.
한화에너지는 2017년에 별도기준으로 매출 4487억 원을 냈다. 이 가운데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코리아, 한반도태양광 등 그룹 계열사로부터 낸 매출은 1586억 원으로 내부거래 비중이 35.3%가 된다.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 비중은 최근 5년 평균 35%대를 유지했으며 2016년에는 40%에 육박하기도 했다.
한화에너지가 보유한 순자산은 2013년만 해도 4252억 원에 불과했으나 2017년에는 1조976억 원까지 늘어났다. 한화케미칼 등을 통한 일감 몰아주기가 한화에너지의 성장에 상당히 기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 관계자는 “한화에너지와 같은 에너지사업자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내부거래 문제와 무관하다”며 “한국전력을 통해 산업단지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보다 민간에너지사업자를 통한 공급이 효율적이라고 보고 법에서도 예외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에서는 효율성 증대 효과가 있거나 보안성이 요구되는 거래, 긴급성이 요구되는 거래 등에 대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집단에너지사업은 효율성 측면에서 내부거래와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25일 ‘사익편취 규제 도입 이후 내부거래 실태 변화 분석결과’를 내놓으면서 한화에너지를 규제의 사각지대 사례로 직접 들었다는 점에서 감시망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적용 여부와 별개로 한화에너지를 굳이 총수일가의 직접 지배 아래 있는 에이치솔루션 밑에 두어야 하는 이유를 공정위가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에이치솔루션의 자회사인 한화S&C도 보안성을 이유로 들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적용받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한화그룹이 에이치솔루션을 통한 한화S&C의 지배를 완전히 포기한 것도 공정거래위원회의 일감 몰아주기 근절 의지를 감안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공정위가 에이치솔루션의 간접지배 아래 있는 한화에너지의 내부거래를 문제삼기 시작한다면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아직 간접지배와 관련해 명확한 방침이 세워진 것이 아니라 구체적 사안을 놓고 말하기 어렵다”며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예외규정은 효율성과 보안성, 긴급성 등 예외조건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