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가 러시아 월드컵 특수를 노려 국내 맥주시장에서 점유율을 넓히기 위한 마케팅에 힘쓰고 있다.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 등 국내 주류회사들은 그동안 수입맥주의 가파른 성장세에 밀려 국내 맥주시장에서 국산맥주의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고전해왔다.
▲ 롯데칠성음료 모델들이 18일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클라우드 비어스테이션에서 축구국가대표팀을 응원하고 있다.<뉴시스>
18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가 러시아 월드컵 개막에 즈음해 가장 활발한 홍보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이번 월드컵에서 ‘앰부시 마케팅’을 놓고 규제를 강화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앰부시 마케팅이란 스포츠 행사에서 공식적 후원업체가 아니면서도 광고 문구 등을 통해 관련이 있는 업체라는 인상을 줘 고객의 시선을 끌어모으는 판촉전략을 말한다.
공식 후원사가 아닌 기업들은 홍보에 ‘월드컵’이라는 단어도 사용할 수 없는 만큼 기업들이 월드컵 마케팅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오비맥주는 러시아 월드컵 공식 맥주인 카스를 앞세워 길거리 응원전, 한정판 패키지 출시 등을 선보이며 카스 홍보에 힘을 쏟고 있다.
오비맥주는 18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 대형 무대와 스크린을 설치해 우리나라의 조별 예선 경기가 열리는 날마다 대규모 국민 참여 응원전을 펼친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는 18일 오후 9시 스웨덴과 경기를 시작으로 24일 멕시코와 0시, 27일 독일과 오후 11시에 진행된다.
오비맥주는 거리 응원전을 통해 북미회담과 지방선거 등 큰 이슈들로 관심이 덜했던 이번 월드컵의 분위기가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4월 말 월드컵 한정 맥주 제품도 내놨다.
롯데칠성음료는 18일 서울 잠실에 마련한 ‘클라우드 비어 스테이션’에서 각종 이벤트를 진행한다.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인 18일과 24일, 27일에 비어 스테이션을 방문하면 롯데칠성음료가 제공하는 ‘피츠 수퍼클리어’를 즐기며 룰렛, 퀴즈 등 이벤트에 참여할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도 5월 중순부터 월드컵 한정 맥주 제품을 내놨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5월 피츠 수퍼클리어를 출시하자마자 대한축구협회를 공식 후원하며 스포츠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는 공식후원사의 이점을 활용해 피츠 수퍼클리어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의 공식후원사로 대표팀 경기에서 A보드(경기장을 둘러싼 광고판)에 광고를 게재하고 경기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에서 피츠 수퍼클리어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다.
올해 국내 맥주시장은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급성장으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서치 전문 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수입맥주 점유율은 라거맥주를 기준으로 2012년 3.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0.6%로 늘어났다. 특히 수입맥주는 가정용시장에서 판매 점유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됐다.
국산맥주보다 수입맥주에 유리한 주류세체계를 고려하면 앞으로 국내 맥주시장에서 수입맥주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주류세 체계에 따르면 국산맥주 가격은 원재료 구매비용, 제조비용, 판매관리비, 판매이윤이 모두 포함된 출고원가에 주세(출고원가의 72%), 교육세(주세의 30%), 부가가치세(출고원가와 주세, 교육세를 모두 합한 가격의 10%)를 더해 산정된다.
반면 수입맥주는 판매관리비와 이윤 등이 모두 빠진 수입원가에 관세를 더한 가격의 72%가 주세로 부과된다. 수입맥주는 세금이 판매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만큼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비맥주와 롯데칠성음료가 월드컵을 통해 애국심 마케팅을 앞세워 국산맥주 판매를 늘리고 신제품 홍보에도 기회를 얻으면서 모처럼 특수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에서 새벽에 경기가 열려 주류업체들이 매출에 이득을 보지 못했다”며 “올해 러시아 월드컵은 한국팀의 경기가 오후 9시부터 자정에 몰려있어 실질적 매출 증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한국 대표팀의 경기가 주로 저녁 시간대에 펼쳐졌던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 6월 맥주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6.67% 증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