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속도와 용량 제한 없는 데이터 요금제(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내놓은지 넉 달, KT가 ‘데이터ON’ 요금제를 내놓은지 3주가 지났지만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3월 안으로 혁신적 새 요금제를 내놓겠다”고 공언한지도 여러 달이 지났다.
SK텔레콤은 이 발언 이후 SK텔레콤은 로밍요금 인하, 멤버십제도 개선, 약정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 개선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고객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SK텔레콤의 새 요금제는 여러 가지 장벽에 가로막힌 채 여전히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현행법상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공급자인 SK텔레콤은 새로운 요금제를 출시하기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새로운 통신요금이 인가되는 데 길게는 3달이 걸린다”며 “SK텔레콤이 다른 통신사의 요금에 맞춰 고객 친화적 요금제를 내놓으려 해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입자 수가 너무 많다는 점도 고객들이 만족할 만한 수준의 요금제를 내놓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기정통부의 발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SK텔레콤의 가입자는 2714만 명이다. 단순 계산으로 요금제 요율이 지금보다 1만 원 정도 저렴해진다고 가정하면 2714억 원의 손해가 나게 된다.
가입자 수가 많아 데이터를 제공량을 늘릴 때 증가하는 트래픽도 다른 통신사보다 많기 때문에 LG유플러스처럼 데이터를 속도 제한 없이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내놓는 것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요금제 개편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객들의 마음이 SK텔레콤으로부터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은 2016년 12월 48.63%에서 올해 4월 47.79%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경쟁사 KT와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은 소폭 상승했고, 알뜰폰업체들의 점유율도 올랐다.
경쟁사 KT의 새 요금제 ‘데이터ON’의 가입자는 출시 일주일 만에 16만 명을 넘어섰다. LG유플러스 역시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한 1분기에 이동통신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가입자 증가율을 보였다. 합리적 가격의 새 요금제가 사용자들의 마음을 얻는데 도움이 된 셈이다.
박 사장은 2월 말 열린 기자회견에서 “(요금제를 개편하면) 이익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올라오는데 고객들에게 미움을 사면 이익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존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 요금제 출시가 지연되면서 SK텔레콤을 향한 고객들의 ‘미움’은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휴대폰 렌탈 서비스, 멤버십 혜택 강화, 로밍 요금 인하 등 다른 서비스로 고객의 마음을 잡으려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SK텔레콤이 새로 내놓은 ‘휴대폰 렌탈 서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는 보도를 놓고도 “이런 거(렌탈 서비스) 하지 말고 요금제부터 내놓아라”는 댓글이 많은 공감을 얻었다. 한 누리꾼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제발 KT의 요금제를 베껴서라도 내놓았으면 좋겠다”고 적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