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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 대한 현대차그룹 승계 전략을 모두 다시 짜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매각 계획이 무산됐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까지 일거양득을 노리던 현대차그룹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경영권 승계 작업을 위한 1차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다시 여러 가지 방안들이 오르내리고 있다. 지분 매각을 추진하면서 사실상 물 건너간 것처럼 보였던 합병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합병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 지분매각 왜 무산됐나
13일 국내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회장 부자가 내놓은 현대글로비스 지분이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매각주간사인 씨티그룹은 “내놓은 물량이 방대했고 조건이 일부 맞지 않았다”고 무산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거래가 무산된 이유로 지분의 직접 매각이라는 방식이 기존시장이 예상하던 지배구조 개편 방향과 달라 투자자들이 실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대글로비스는 그동안 대표적인 지배구조 개편 수혜주로 꼽혀왔다.
현대글로비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1.9%를 보유한 정의선 부회장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물려받기 위해 어떻게든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활용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면서 활용 방안이 다양하게 제기됐다.
특히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 가능성과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대제철이나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과 교환할 가능성 등이 높게 점쳐졌다.
이런 거래가 성사되기 위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가치가 최대한 높게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지난해 3월 21만2500원에서 12일 종가 기준 30만 원까지 올랐다. 시가총액 역시 12일 기준으로 11조 원이 넘었다.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주가수익배율(PER)의 20배 정도로 6~7배 정도인 현대차나 기아차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기대와 달리 정 회장 부자는 주식을 팔아 현금화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현대모비스 주식과 교환할 계획이 없다는 신호를 시장에 전달한 셈이다. 곧 현재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과도하게 높고, 정 회장 부자가 팔겠다고 내놓은 가격 역시 살 만한 가격이 아닌 것이 되면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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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 지분매각 다시 추진할까, 합병 추진할까
업계는 정 회장 부자가 언제든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큰 폭의 주가 할인율과 주식처분에 따른 양도소득세를 감수하고 매각을 추진했던 만큼 주식매각 의지가 확실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아직 알 수 없다. 현대차그룹도 “블록딜의 재추진에 관해서 현재로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현대글로비스 지분정리는 필요하다”면서도 “하지만 시장의 차가운 반응을 확인한 상황에서 언제 다시 추진할지 예상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합병설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지주회사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방안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의 주가를 떨어뜨리면서까지 지분을 재매각하는 방법보다 합병하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합병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도 많다. 합병보다 매각이 정 회장 부자의 현대모비스 지분확대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정의선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율,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시가총액 등을 고려했을 때 두 회사가 합병할 때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법인 지분률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 지분 11.5%와 현대모비스 지분 6.96%까지 합치면 합병법인 지분을 20%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천문학적인 상속세를 내야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정의선 부회장이 글로비스 지분 매각을 시도한 것도 합병으로 모비스 지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지분매각 무산으로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급락하면서 정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합병법인 지분율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또 합병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이 많고 복잡하다는 점에서도 합병 가능성은 더 낮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순조롭게 합병하려면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하고, 현대모비스가 보유하고 있는 기아차 지분을 처분해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두 회사의 시가총액이 비슷해져야 정의선 부회장이 합병법인의 지분율을 최대한 끌어올려 원활한 경영권 승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13일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9조5625억 원으로 현대모비스 25조8448억 원의 36% 수준까지 떨어져 둘의 시가총액 차이가 이전보다 더 벌어졌다.
합병을 위해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도 해소해야 한다. 기아차가 갖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을 해소하지 않으면 합병 자체가 어려워지는 데다 순환출자 금지 규정으로 추가투자도 어려워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