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6-03 08: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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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원내대표가 5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중앙홀에서 열린 제70주년 국회개원 기념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동철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20대 국회가 반환점을 돌았다.
전반기 국회에서 처리한 법안들도 많지만 후반기 국회에서 풀어내야 할 과제들이 수두룩하다.
방송법 개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규제 프리존 특별법안 등을 놓고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방송법 개정안’, 국회 논의 가시밭길
3일 정치권에 따르면 하반기 국회에서도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힘겨루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초기부터 쟁점으로 꼽힌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에서 2016년 7월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다.
현재 방송법을 보면 KBS와 MBC의 이사는 각각 11명, 9명으로 구성된다. KBS는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4명이며 MBC는 여당 추천 6명, 야당 추천 3명이다.
각 방송사의 이사들은 투표를 통해 사장을 선출하는 데 과반 이상을 득표한 후보가 사장이 될 수 있다. 여당측 인사가 이사회에 더 많기 때문에 사실상 야당의 협조 없이도 사장을 뽑을 수 있다.
개정안에서는 KBS와 MBC의 이사 구성에 변화가 생긴다. KBS와 MBC 모두 여당 추천 7명, 야당 추천 6명 등 13명으로 구성되며 사장은 이사 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선임된다.
청와대와 여당이 지지하는 인사가 야당의 동의 없이는 사장을 선임할 수 없도록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개정안을 낼 때 ‘언론 장악 금지법안’이라고 부르기까지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되면서 법안 처리에 소극적 모습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8월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에서 “(방송법 개정안) 법안이 통과되면 소신 없는 사람이 (사장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태도가 바뀌었다고 야당은 주장한다.
반면 우원식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4월 초 “말 바꾸기를 하지 않았다”며 “야당이 요구하는 방송법과 관련해 언제든 협의할 준비가 돼 있으니 정치권이 방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공영방송을 국민 품에 돌려드릴 수 있는 완전하고 확실한 안을 만들자”고 말했다.
현재 여야는 정치권 추천을 배제한 시민 참여형 공영방송 사장 선출제를 물밑에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조와 미디어공공성포럼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5월 초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법 개정은 시민의 힘으로 할테니 정치권은 손을 떼라”며 “정치권은 권력을 감시하는 공영언론에 개입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방송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빌미로 국회가 공전했던 점을 감안할 때 하반기 국회에서 방송법 개정안이 언제든 여야 협상의 최대 난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 계류기간만 7년,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은 2011년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지만 19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가 20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됐다.
▲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60회 국회(임시회) 제5차 본회의에서 최저임금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가결처리 되고 있다. <뉴시스>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2016년 5월30일 대표발의했는데 금융과 보건·의료, 정보통신, 교육분야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자는 내용을 뼈대로 하고 있다.
이 의원은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제정의 필요성을 밝히며 “불필요한 규제를 일괄적으로 혁신하고 서비스산업 지원정책을 종합적으로 추진해 서비스산업의 경쟁력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금융부문의 핀테크산업은 금융 서비스와 정보통신 서비스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금융 규제와 정보통신산업 규제,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이 한꺼번에 적용돼 국내시장에서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이 의료산업의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며 여당은 반발하고 있다.
19대 국회 말에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서비스산업 발전과 관련해 대부분 합의했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보건과 의료를 제외하면 법이 의미가 없다는 뜻을 새누리당에 전한 뒤 사실상 여야의 합의가 무산됐다.
여야의 위치가 뒤바뀐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등은 여전히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에 큰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의료의 민영화가 이뤄져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특히 대기업이 의료부문에 진출하게 되면 공익보다 사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은 2월에 열린 국회 임시회 제1차 경제재정소위에서 “의료의 투자 개방과 새로운 경제영역 확대 등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와 부가가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법이) 물꼬를 트는 데 굉장히 기여한다고 생각하는데 논쟁이 있을 수 있으니 얼마든지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 규제 프리존 특별법안과 민생법안 입법도 남아
20대 국회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도 논의해야 한다.
▲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
규제 프리존 특별법안은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 모두 27개의 전략사업을 지정해서 규제를 완전히 풀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지만 당시 야당과 시민단체 등이 강하게 반발해 무산됐다.
자유한국당은 20대 국회가 열리자마자 이 법안을 다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이 법안도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과 마찬가지로 의료 영리화와 관련한 염려를 지우지 못한다며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아 보인다.
‘보건복지부 조직문화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4월 초 규제 프리존 특별법안과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안 등 기업 규제를 완화하는 법안에서 보건·의료분야를 제외하고 의료 영리화정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히라고 보건복지부에 권고했다.
보건복지부가 권고안을 받아들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안을 검토할 가능성이 생기지만 야당이 의료산업 혁신과 발전을 위한 기반을 만들기 힘들다고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민생법안 처리도 관건이다.
20대 국회는 상반기 마지막 날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려는 방침을 세웠지만 대기업으로부터 소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생계형적합업종 특별법’ 정도만 국회 문턱을 넘었을 뿐 나머지 법안들은 검토되지 않았다.
새로운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를 쫓아내려고 일부러 세를 받지 않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상가 임대차 보호법 개정안이 처리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목이 잡혔다.
주택 임대차 보호법안과 소비자 집단소송법안 등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해 하반기에 다시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