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을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다.
김 회장은 계열사별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기로 했다.
◆ 한화S&C와 한화시스템 합병,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추가 매각
한화그룹은 31일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이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회사의 합병을 의결해 8월에 ‘한화시스템’이라는 합병법인을 출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각 회사는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가치를 평가받아 합병비율을 1대 0.8901로 정했다.
합병법인의 지분율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52.9%, 에이치솔루션이 26.1%, 재무적투자자인 스틱컨소시엄이 21%씩 보유하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그룹은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하게 될 합병법인의 지분 가운데 11.6%를 추가적으로 스틱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했다. 에이치솔루션의 한화시스템 지분율은 14.5%까지 낮아진다.
한화그룹은 합병으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을 충족하게 될 것으로 봤다.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와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 김동선 전 한화건설 차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은 그동안 한화S&C의 지분을 55.36% 보유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대상 기업으로 꼽혔다.
한화S&C는 정보기술(IT)부문과 시스템통합(SI)을 담당하는 회사로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일감을 받아 급성장했다.
한화그룹이 2017년 말에 한화S&C를 물적분할해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신설법인 한화S&C로 쪼갠 뒤 한화S&C의 지분 44.64%를 재무적투자자에게 매각하는 방식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너일가의 직접지배 구조가 간접지배로 바뀌었을뿐 여전히 공정거래법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취지에 부응하지 않는다며 한화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거듭 압박하자 새 대안을 내놓은 것이다.
한화그룹은 “합병과 지분 매각을 통해 합병법인에 대한 에이치솔루션의 지분율이 10%대로 낮아지면 공정거래법의 규제 취지에 실질적으로 부응하게 된다”며 “향후 에이치솔루션이 보유한 합병법인의 지분 전량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기획실 해체, “이사회 중심 경영”
한화그룹은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겠다는 경영 쇄신안도 발표했다.
한화그룹은 “그룹 경영기획실을 해체하고 최상위 지배회사인 한화가 그룹을 대표하는 기능을 수행할 것”이라며 “이사회 중심 경영과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취지”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이 2017년 초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던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는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그룹 안에 그룹 전체를 총괄하는 조직을 없애는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해석된다.
한화케미칼 소속으로 경영기획실장을 맡아왔던
금춘수 부회장도 곧 한화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대신 그룹 단위 조직으로 커뮤니케이션위원회와 컴플라이언스위원회를 새로 만들어 각각 대외 소통, 준법경영 등의 업무를 맡도록 했다.
커뮤니케이션위원회는 그룹 브랜드와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사회공헌, 대외협력 기능 등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게 된다. 컴플라이언스위원회는 그룹 차원의 준법경영 원칙을 세우고 각 계열사들의 관련 업무를 지원하기로 했으며 이홍훈 전 대법관이 위원장을 맡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인사의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하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계열사의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도급법이나 갑을 관계, 기술 탈취 등 공정거래와 관련한 주요 사항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사안을 심의하기 위해 상생경영위원회도 만드는 데 이 구성원들도 사외이사로만 한정했다.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주주 권익 보호 담당 사외이사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주주 권익 보호 업무를 담당할 이사는 개방형 추천제도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가 맡게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