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18-05-23 16: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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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이 남북 경제협력사업 과정에서 중국의 자본조달 능력에 밀려 인프라 및 건설 프로젝트에서 사업기회를 확대하기 힘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한과 우호적 관계인 중국, 러시아 등과 합작하는 방식을 통해 사업기회를 넓혀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다.
◆ 북한에서 중국이 자본 경쟁력으로 선점할 가능성
23일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치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북한 경제개발사업이 본궤도에 오를 때 사업 주도권을 잡기 힘들 수도 있다.
▲ 북한 함경북도 남양시 두만강 유역에 놓인 철로 모습.
삼정KPMG는 최근 ‘북한 비즈니스 진출 전략’이라는 책에서 북한 건설산업 진출에 따른 기회요인과 위험요인을 분석했다.
언어가 같다는 점과 지리적으로 인접해 입찰경쟁 때 사업비 제안에서 비교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국내 건설사들에 기회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 건설사들의 인프라 투자자금 조달능력이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삼정KPMG는 “중국에서는 중국건설은행과 중국국가개발은행, 중국수출입은행, 중국수출보험공사 등 국책 금융기관이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 중국 건설사들이 상대 국가에 사업비까지 조달하는 방식을 제안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수주를 할 수 있었다”며 “중국 건설사들의 강력한 자본력은 북한 인프라산업 진출시 (국내 건설사에) 큰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건설사들은 최근 단순 도급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개발형사업 방식의 프로젝트 수주를 늘리고 있다. 국가 차원의 강력한 재정 지원이 더해져 전 세계적으로 많은 일감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중국은 70년 가까이 북한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북한 인프라 구축사업이 본격화하면 투자를 대폭 늘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미 북한의 경제제재 조치가 이뤄지기 전인 2000년대에 중국 광산개발과 철도, 고속철도, 도로, 압록강대교 등에 수천억 원의 투자를 진행하며 북한의 제1투자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하게 지키고 있다.
‘일대일로’사업도 연관성이 있어 사업기회를 차지하는 데 온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이 인접 국가와 경제 통합 발전을 추진한다는 구상으로 인프라사업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 “초기에는 북한과 친한 중국과 러시아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북한 인프라사업의 규모가 적게는 수십조 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조 원대로 추정되는 만큼 경제협력사업이 가시화하는 초기에 사업권을 빨리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삼정KPMG도 “북한의 인프라산업 개방 초기부터 적극적 수주 전략으로 진출에 성공한다면 향후 공사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먼저 북한 당국과 관련 공기업, 현지기업 등과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외국 건설사들이 진입하기 어려운 장벽으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국과 북한이 맺어온 관계를 고려할 때 오히려 중국과 손을 잡고 북한 인프라사업에 뛰어드는 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현재 동북진흥계획을 통해 두만강과 압록강 지역을 정책적으로 개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린성 지방정부는 동해 진출로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 중앙정부와 별개로 북한과 경제협력을 직접 추진하고 있다.
삼정KPMG는 “초기에 먼저 중국 등과 협력하여 교통망을 구축하는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러시아가 추진하는 ‘신동방정책(연해주 등 극동지역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을 한국 정부의 ‘9-브릿지’와 연계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9월 동방경제포럼에서 조선과 항만, 북극항로, 가스, 철도, 전력, 일자리, 농업, 수산 등 9개 분야에서 한국과 러시아가 협력하자는 내용의 ‘9-브릿지’를 제안했다. 신동방정책과 접점이 많아 협력해 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선점투자를 통해 북한에서 사업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게 되면 국내 건설사의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삼성KPMG는 “북한 인프라수요는 시급하지만 남한 기업이 접근하기에 현실적 장애와 리스크가 크므로 우회전략이 필요하다”며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 등 접경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간을 두고 북한 인프라산업에 진출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