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이 복합점포 확대 등을 통해 비은행 자회사의 순이익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은행과 증권의 영업점을 합친 복합점포 수를 현재 11개에서 2018년 안에 16곳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복합점포에서 은행과 증권의 투자상품에 더해 증여, 상속, 세무, 부동산 등에 관련된 상담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고 있다.
최근 부산 지역에 첫 복합점포인 ‘부산WM(자산관리)센터’를 연 것을 비롯해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추가 점포를 낼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됐다.
IBK투자증권이 4월 조직개편에서 기존의 자산관리사업부문에 홀세일(법인영업)사업부문을 합친 것도 복합점포를 통한 은행과 시너지 창출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과거 외환은행(현 KEB하나은행)과 신한금융투자 등에서 투자금융과 개인자산관리(PB) 경험을 쌓은 최성권 전무를 자산관리사업부문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기업은행은 낮은 신용등급 등의 문제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든 고객을 IBK캐피탈이나 IBK저축은행에 소개하는 연계영업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협업과 시너지는 해외에서도 진행되고 있다.
기업은행은 최근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2곳을 인수하는 등 동남아시아에서 해외사업을 확대하면서 IBK캐피탈 등 비은행자회사와 해외에서 협업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캄보디아에서 현지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아 IBK캐피탈과 복합점포를 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IBK캐피탈의 미얀마 현지법인도 최근 자본을 확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장이 2016년 12월 취임하면서 기업은행 순이익의 20%를 비은행자회사에서 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데에 따른 후속조치가 2018년 들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김 행장은 당시 “시너지는 성가시고 귀찮은 것이 아니라 기업은행과 자회사들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은행에 영업수익의 90% 이상이 쏠린 구조를 빨리 바꾸지 않으면 기업은행의 미래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IBK캐피탈, IBK연금보험, IBK투자증권, IBK저축은행, IBK자산운용, IBK시스템, IBK신용정보 등 비은행 자회사 7곳(기업은행 중국법인 제외)을 두고 있다.
비은행 자회사들은 1분기에 전체 순이익 567억 원을 냈고 기업은행의 전체 연결 기준 순이익 5129억 원의 11% 정도를 차지했다.
2017년 1분기에 비은행자회사의 순이익 비중이 9.7%로 집계된 점을 감안하면 김 행장의 취임 이후 비은행 자회사의 순이익 기여도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다른 은행지주사나 은행과 비교해 보면 신한금융지주(29.9%), KB금융지주(28.7%), NH농협금융지주(25.4%)보다 한참 뒤처지지만 하나금융지주(5.8%)와 우리은행(8%)보다는 많다.
다만 기업은행의 비은행 자회사 규모가 은행과 비교해 훨씬 작은 점을 감안하면 순이익 기여도를 20%까지 끌어올리기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은행은 1분기 기준으로 보유한 자기자본 18조3989억 원 가운데 96.5%(17조7642억 원)를 은행에서 차지하고 있다.
국책은행으로서 최대주주인 정부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민간 금융회사처럼 기업 인수합병이나 대규모 증자로 비은행 자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일도 쉽지 않다.
김영규 IBK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1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자기자본 6천억 원 수준으로는 대형 증권사와 상대하기 버겁다”며 자기자본 1조 원 수준의 증자와 기업공개(IPO) 등을 목표로 내놓았지만 이와 관련 논의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비은행사업 강화는 중장기적으로 계속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신사업을 검토하거나 업무방침을 세울 때 항상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