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정면으로 맞붙는다.
롯데그룹은 신세계그룹보다 뒤늦게 온라인사업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신세계그룹이 현재 앞서 나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앞으로 주도권이 롯데그룹에 넘어올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 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1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올해 들어 모두 온라인사업 강화 전략을 내놓았다.
두 회사는 온라인몰 통합이라는 방향은 일치하지만 투자 규모와 인프라 전략, 운영방안 등 여러 면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최후의 승자가 누가 될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도 뜨겁다.
신세계그룹은 1월 신세계와 이마트로 나뉘어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하고 이커머스사업을 전담하는 신설회사를 설립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설법인에 유치한 투자금은 1조 원에 이른다.
롯데그룹은 모두 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롯데그룹은 롯데닷컴, 엘롯데(롯데백화점), 롯데면세점, 롯데하이마트, 롯데마트, 롯데아이몰(롯데홈쇼핑), 롯데슈퍼몰, 롭스 등 8개 계열사의 온라인몰을 통합한다. 통합 온라인몰은 2020년에 출범한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부회장이 2009년 말 부회장에 오르며 경영전면에 등장한 직후부터 온라인사업을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 온라인사업 투자에 나섰다. 그 뒤 2014년 그룹의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이 출범했다.
SSG닷컴에 들어가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 신세계백화점, 트레이더스뿐만 아니라 부츠와 신세계TV쇼핑,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공식몰인 S.I.빌리지까지 다 만날 수 있다.
반면 롯데그룹은 덩치가 큰 만큼 그룹 차원의 온라인사업 대응은 조금 늦어졌다.
롯데그룹은 2년 전부터 SSG닷컴에 대응하는 그룹 내 통합 온라인몰 신설을 검토해왔다. 지난해 이 계획을 접고 11번가 인수를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온라인몰 통합으로 방향을 바꿨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투자금 조달방식과 활용방안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롯데그룹은 3조 원을 자체적으로 마련한다. 롯데쇼핑이 1조5천억 원, 롯데룹이 1조5천억 원을 각각 투자한다. 고객 확보 마케팅에 1조5천억 원, 온라인 통합에 1조 원, 시스템 개발에 5천억 원이 투입된다.
반면 신세계그룹은 외국계 투자자로부터 1조 원을 투자받는다. 투자 의향을 밝힌 투자운용사는 ‘비알브이캐피탈매니지먼트’(BRV Capital Management)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다.
1조 원을 어떻게 쓸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정용진 부회장의 말에 따르면 1조 원 대부분이 물류센터 구축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3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온라인사업의 핵심은 뒷단의 시스템에 달려있다”며 “그동안 한국에서 많은 온라인회사들이 그런 부분에서 미진했는데 우리는 시스템이 핵심인 걸 알고 있고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롯데그룹은 기존의 물류 인프라와 유통망을 활용한다. 전국 1만1천여 곳에 이르는 오프라인 매장을 배송거점으로 쓰기로 했다.
강희태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장은 롯데그룹의 온라인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별도의 통합 물류센터 건립을 놓고 내부적으로 회의적 시각이 강하다”며 “기존 시스템을 활용하면서도 기존에 보지 못했던 물류 시스템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통합 온라인몰의 전반적 운영은 롯데쇼핑이 담당한다.
반면 신세계그룹에서는 SSG닷컴 운영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의 온라인사업을 올해 출범하는 신설법인이 담당한다.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국내 유통업계 양강인 데다 최근 온라인사업을 놓고 누가 주도권을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던 만큼 롯데그룹의 온라인사업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에서도 신세계그룹과 관련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강희태 대표는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사업에서 앞서가고 있고 잘 하고 있다고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기본적으로 롯데그룹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다양한 채널과 오프라인 매장을 통합하면 시너지는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멤버스 회원 수도 신세계그룹보다 2배 이상 많다"며 "온라인사업 통합이 이뤄지면 비교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을 보유해 경쟁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는 신세계그룹이 온라인사업에서 앞서 나가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2014년 SSG닷컴이 출범한 뒤 신세계그룹의 온라인사업은 연간 매출 성장률이 최고 30%도 넘는 등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2023년까지 온라인사업에서 현재의 5배 규모인 연간 매출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롯데그룹은 2022년까지 온라인사업 규모를 20조 원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지난해 롯데그룹의 온라인사업 매출은 7조 원으로 전체 매출(40조 원)의 18%인데 이 비중을 2022년에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두 회사의 온라인사업은 다른 형태가 될 것"이라며 "롯데쇼핑의 고객정보 활용, 오프라인 점포 활용 측면이 극대화 될 것이고 이 방법이 신세계그룹보다 시장에 더 빠르게 연착륙하고 더 큰 시너지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