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 뒤 재상장된 삼성전자의 주가가 2주 가까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 분할 뒤 삼성전자가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아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던 증권사들의 분석은 완전히 빗나갔다.
삼성전자의 인위적 주가 부양정책이 한계를 맞은 만큼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 성장동력을 찾아 근본적 사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보다 0.9% 떨어진 4만94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가 4일 5만3천 원으로 재상장돼 거래된 뒤 7% 가까이 하락했다.
액면분할 뒤 당분간 삼성전자 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는 증권사의 분석과는 딴판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 뒤 소액 투자자의 비중이 늘면 거래량이 늘어 주식 가치를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6만6천 원으로 제시했다.
김양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올해 실적을 크게 늘리며 현금배당 등 소액 투자자를 위한 주주 환원정책도 강화할 것이라고 예상해 목표주가를 7만5천 원으로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소액주주의 투자 참여 기회를 넓히고 주가를 부양하려는 목적으로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주식이 10분의 1 정도로 분할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50분의 1로 나눠진 것은 처음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6%에 불과했던 삼성전자 개인주주 비중이 액면분할 뒤 42%를 넘어섰다고 파악했다. 개인 주주의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목표에는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 주가는 액면분할 직전의 일시적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박스권에 머물며 약세에 머무르고 있다. 증권사들이 실적과 주가에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지만 효과는 미미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선진기업의 기준에 맞춰 주주 환원정책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뒤 그에 걸맞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먼저 현금배당을 늘렸다. 삼성전자가 2017년 주주들에 지급한 현금배당은 약 5조8천억 원으로 2016년보다 약 46% 급증했다. 올해 1분기에 실시한 분기 배당 규모는 2조4천억 원이 넘는다.
주식 가치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초부터 현재까지 모두 13조 원 정도의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부양 노력은 소액주주의 지지를 얻어 외국인 투자자 등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데 중요하다.
삼성생명 등 계열사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며 삼성 계열사들과 오너일가가 삼성전자 경영권을 지켜내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주환원 등 인위적 주가 부양정책이 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근본적 사업가치를 증명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주들은 업황이 개선되거나 기업의 근본적 사업가치가 높아지지 않는다면 주가를 재평가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을 이미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주요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만큼 추가로 현금배당을 확대할 여력이 크지 않다. 주가 부양정책이 점차 한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셈이다.
모건스탠리 등 외국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주가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메모리반도체업황을 놓고 불안한 전망과 스마트폰시장의 전반적 침체를 꼽고 있다.
IT업황이 단기간에 반등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삼성전자가 전장부품과 같은 신사업에서 확실한 성장 가능성이나 성과를 증명해야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같은 IT기업은 이제 새로운 것을 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환경에 놓였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보여줄 있다면 주가 저평가 요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