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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 |
고재호 사장이 대우조선해양의 순항을 계속 이끌게 될까?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49억 달러 수주로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2007년 215억 달러 수주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의 수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조선업이 크게 위축된 뒤 최대 실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조선업 불황에도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임기만료를 앞둔 고재호 사장의 연임에 관심이 쏠린다.
고 사장은 3월 말로 3년 임기가 끝난다. 3월 이사회에서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게 되는데 대우조선해양 임직원들은 고 사장의 연임을 예상하고 있다. 3년 동안 좋은 실적을 낸 데다 내부 신임도 두텁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라는 점이 변수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결정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대표이사 연임은 통상적으로 한두 달 전에 결정되기 때문에 조만간 고 사장의 거취가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 고재호 신년사, 더 많은 노력 당부
고 사장은 5일 열린 대우조선해양 시무식에서 지난해 실적을 치하하면서 ‘쇠는 두드릴수록 단단해진다’는 말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더 성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고 사장은 “올해 상선 시장의 절대 강자, 해양시장의 선두 리더, 방산시장의 글로벌 신흥 강자로서 입지를 굳힐 것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상선과 해양플랜트, 그리고 군함 등 특수선사업은 대우조선해양이 주력하고 있는 분야들이다.
이 가운데 LNG선 수주는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을 견인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세계에서 발주된 66척의 대형LNG선 가운데 37척을 수주하며 수주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고 사장은 지난해 좋은 실적이 우연이 아니라 꾸준한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30척 넘는 LNG선을 수주한 것에 대해 운이 좋았다는 시각도 있지만 수 년 전부터 기술인력을 확보육성하고 연구개발에 투자해 온 결과”라고 말했다.
고 사장은 “연구소와 설계 및 생산 현장 곳곳에서 헌신한 구성원들이 없었다면 기회를 독차지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임직원들에게 공을 돌렸다.
고 사장은 “현재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가스선 등에서 쌓은 명성과 경쟁우위를 지켜나가야 할 것”이라며 “올해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각자 위치에서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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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5일 '2015년 시무식 및 준법경영 선포식'을 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
◆ 고재호는 왜 윤리경영을 강조하나
고 사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신년사에서 윤리경영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도덕적이고 바른 길이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윤리경영의 철저한 실천을 통해 글로벌 수준의 윤리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시무식에서 준법경영 선포식을 열고 모든 임직원들이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의 기업문화를 확산하는데 앞장서 줄 것을 당부했다. 납품비리로 얼룩진 대우조선해양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다.
승승장구하는 대우조선해양 실적은 고 사장의 연임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납품비리 사건은 고 사장의 오점이다. 2013년 대우조선해양의 일부 구매담당 임직원들이 납품회사로부터 수십억 원대의 금품을 받은 사실이 밝혀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고 사장은 재발방지를 위해 강력히 대처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임원 60명 전원의 사표를 받아 이 가운데 10명의 사표를 수리했다. 그러나 정년퇴임자와 자회사 재취업을 제외하면 실제로 물러난 것은 비리 장본인인 두 명과 책임지고 물러난 조달부문장 한 명 뿐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1월 임원인사를 통해 오히려 13명을 승진시키는 등 예년보다 승진자를 확대했다. 언론에 인사를 공표하지 않고 사업보고서에만 공개해 조용히 덮고 넘어가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납품비리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를 놓고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의 대주주로 있으면서 대우조선해양이 사실상 주인 없는 회사로 책임리더십이 실종된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홍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감사를 한 적이 없다.
◆ 산업은행 의지는 어디로 향할까
대우조선해양은 2001년 공적자금 2조9천억 원이 투입돼 워크아웃에서 회생했다. 지금은 산업은행이 지분 31.5%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금융위원회의 지분이 12.2%,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이 8.1%로 절반 이상을 국가가 소유하고 있는 ‘준 공기업’이다.
이 때문에 고재호 사장의 연임은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의 뜻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단순히 실적만 가지고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고재호 사장의 전임 남상태 사장은 2006년 취임한 뒤 글로벌 경영위기에도 회사를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으며 연임에 성공했다. 그러나 남 사장은 2012년 3연임에 실패하고 고재호 사장에게 자리를 넘겼다.
당시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내세운 교체 이유는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오르지 않으며 시가총액이 제자리걸음을 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은 남 사장 취임 당시 5조2천억 원에서 2012년 초 5조5천억 원으로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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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 |
남 사장이 교체된 논리대로라면 고 사장 역시 교체 대상이다. 대우조선해양 시가총액은 3조원 대 초반까지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민영화도 염두에 두고 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여러 차례 대우조선해양 지분 매각을 추진했지만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매각이 쉽지 않았다. 조선업 불황 속에 수조 원대의 인수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매각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만약 홍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대표 자리에 앉힐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그럼에도 연임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하지만 홍기택 산업은행 회장이 고 사장을 교체하기에 부담이 크다.
대우조선해양 실적이 두드러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대표를 교체했다가 실적이 하향세를 타면 괜한 책임론이 일어날 수도 있다. 통합 산업은행이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게다가 고 사장에 대한 회사 안팎의 신뢰도 두텁다.
고 사장은 35년 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만 일한 대우맨으로 해외영업에 잔뼈가 굵은 영업통이다. 고객과 신뢰관계 구축이 중요시되는 조선업계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잘 나갈 수 있는 것은 고 사장의 영업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 사장은 노조와 관계도 원만하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고 사장 취임 전부터 고 사장이 적임자라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은 8월 가장 먼저 임단협을 타결하며 24년 연속 무분규 타결을 이어갔다.
고 사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 부름을 받았을 때 노조는 증인채택을 철회에 달라며 국회에 청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해외수주로 기업을 경영하는 조선업은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며 “고 사장이 국감에서 질의응답하는 것이 공개되면 대외 신인도가 하락해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