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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와 지배구조에 어떤 변화가 생긴 것일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일본 롯데 부회장이 그룹 핵심 자회사 임원직에서 해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경영권 승계 향방에 변화가 생긴 것 아닌지 그 배경을 놓고 재계에서 여러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신동주, 핵심 자회사 임원에서 왜 해임됐나
6일 업계에 따르면 신동주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홀딩스의 롯데상사 사장, 롯데 부회장, 롯데아이스 이사 등 3개 자회사에서 해임됐다.
신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은 유지한다.
해임 사유와 관련해 일본롯데는 “이사회의 결정사항이므로 상세하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상사는 일본 내에서 롯데의 물류사업을 담당하는 회사로 매출액만 1조 원이 넘는 롯데홀딩스의 핵심 자회사다.
신 부회장의 해임은 스스로 사퇴의사를 밝히는 사임과 달리 강제퇴직을 당하는 중징계 처분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해임결정도 정기 이사회가 아닌 임시 이사회를 통해 이뤄진 만큼 그 배경을 놓고 재계에서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롯데그룹은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부회장이 일본롯데를, 차남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한국롯데를 맡아 이원화 경영을 해왔다.
하지만 신동주 부회장이 핵심 자회사에서 해임되면서 그룹 전체 경영권의 무게중심이 신동빈 회장 쪽으로 옮겨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특히 롯데상사와 롯데의 경우 신격호 총괄회장이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그의 의중이 이번 해임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신동주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눈 밖에 나 후계구도에서 밀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도 “롯데그룹의 기업문화에 비춰볼 때 신 부회장의 해임에 관한 최종 결정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93세의 고령이지만 건강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롯데월드타워는 안전관리를 완벽히 하고 시공과정에서 일체의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제2롯데월드의 안전문제를 직접 챙기도 했다.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건재한 상황에서 경영승계 논의가 불거지는 데 대해 경계하고 있다. 롯데그룹 측은 이번 해임과 관련해 “언론보도를 통해 처음 알았다”며 “우리도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포스트 신격호' 무게중심 신동빈에 쏠리나
신동주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은 그동안 롯데그룹의 후계자리를 놓고 치열한 물밑경쟁을 펼쳐 여러 차례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특히 신동주 부회장이 한국의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며 신동빈 회장과 지분율 격차를 줄여가자 형제간 경영권 다툼 가능성도 제기됐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부문이자 그룹의 지주사 격인 롯데쇼핑의 지분도 7.86%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중요한 계열사다.
신동주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약 1년 동안 매달 10억 원씩 롯데제과 지분 6787주(0.48%)를 매입하며 지분을 늘렸다.
이에 따라 신동주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 3.96%로 높아져 신동빈 회장의 보유지분(5.34%)과 격차를 1.38%포인트로 좁혔다.
롯데제과 지분은 신동빈 회장이 다소 앞서고 있지만 대표기업인 롯데쇼핑의 경우 지분율은 신동빈 회장이 13.46%, 신동주 부회장이 13.45%로 0.01%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롯데그룹 전체 주식 자산면에서도 신동빈 회장이 44.5%를 보유해 39.7%의 신동주 부회장을 4.8%포인트 차이로 앞서고 있다.
두 사람은 지분경쟁뿐 아니라 롯데그룹의 해외시장 진출에서도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한국롯데와 일본롯데를 각각 이끌며 지역을 나눠 해외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일부 지역의 경우 시장이 겹치며 경쟁관계를 형성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지배구조에 변화 가능성도 제기
신동주 부회장의 해임건과 관련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7월에도 계열사 사이의 지분거래를 통해 사업부문별로 지배구조를 단순하게 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당시 거래금액만 모두 2507억 원에 이르는 계열사간 지분거래를 하면서 순환출자 해소 차원이라고 밝혔으나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에 돌입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따라서 신동주 부회장을 일본롯데의 핵심 자회사에서 물러나게 한 것도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정지작업에 나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롯데그룹이 현재의 일본과 한국으로 이원화된 사업부문을 일원화할 것이란 전망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제2롯데월드 사업의 성공적 마무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안전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완공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특히 임시개장한 저층부를 제외하고 123층 초고층 건물인 롯데월드타워를 2016년 완공하려면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추가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자금압박도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일본롯데에서 자금수혈을 받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