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혜 기자 wisdom@businesspost.co.kr2018-05-07 15: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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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에게 속 탈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베트남의 블록B 해양플랜트 최종 투자결정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르면 8월에 해양플랜트 일감이 떨어지게 돼 신규 수주가 없다면 이 부문에서 한 분기당 수백억 원에 이르는 고정비 부담을 떠안게 된다.
▲ 강환구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7일 노르웨이 해양산업 전문매체 업스트림에 따르면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블록B 프로젝트의 최종 투자결정 시점을 올해 중순에서 올해 말로 연기할 가능성이 높다.
현대중공업은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에서 삼성중공업, 글로벌 엔지니어링회사 맥더못과 경쟁하고 있다.
업스트림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블록B 프로젝트에 쓰일 해상플랫폼의 입찰활동이 지연될 것”이라며 “푸꾸옥페트롤리엄이 베트남 정부와 가스판매 계약 등 여러 가지 상업적 협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베트남 정부가 최종 현장개발 계획을 승인한 뒤에야 나머지 입찰계획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푸꾸옥페트롤리엄은 베트남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베트남의 자회사인데 베트남 근해에서 천연가스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푸꾸옥페트롤리엄은 여기에 쓸 2만 톤급 고정식 해상플랫폼을 발주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놨다.
블록B 해양플랜트는 2020년 2분기 가동을 목표로 세웠으며 사업비 규모는 모두 1조 원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업스트림은 최근 보도에서 “삼성중공업이 수주전에서 입지가 약해지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현대중공업과 맥더못이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할 후보로 유력하다고 바라봤다.
현대중공업에게 해양플랜트 수주는 한시가 급하다.
수주가 늦어질수록 손실 규모가 급속히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블록B 해양플랜트 수주전은 한국 조선사 가운데서도 현대중공업이 가장 기다리고 있었던 프로젝트”라며 “입찰 지연은 다반사지만 현대중공업이 해양플랜트 일감공백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 블록B의 입찰 지연은 뼈아픈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8월 나스르 해양플랜트를 인도하고 나면 해양플랜트 일감이 단 한 척도 남지 않게 된다.
지금 당장 해양플랜트를 수주해도 설계기간까지 고려하면 실제 공사작업에 들어가기까지 12~15개월 정도 걸린다. 2019년 중순까지 해양플랜트 사업본부 전체가 할 일이 없어지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은 3일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상선일감 일부를 해양플랜트사업부로 가져와 건조하면서 고정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손실을 줄이기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3분기 말 이후에 해양플랜트 일감 고갈로 고정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KB증권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해양플랜트 일감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이 부문의 유휴인력과 자산유지비용, 해양플랜트 공장 하자비용 등으로 380억 원에 가까운 돈을 썼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