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등 대형 IT업체들이 최근 증권가에서 힘을 받던 IT산업 '비관론'을 뒤집고 1분기에도 가파른 실적 성장을 보였다.
IT기업들이 사업 확대를 자신하며 올해 데이터서버 투자계획도 크게 늘려 잡고 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버용 반도체사업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
3일 외신을 종합하면 글로벌 주요 IT기업의 데이터서버 증설 투자가 올해도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주요 IT기업들의 데이터서버 투자가 올해부터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이 업체들이 수익모델 확보에 고전해 부진한 실적을 볼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12월 보고서에서 "FAANG 기업들은 주주들에게 높은 기대를 받고 있지만 실제 성장성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2018년에 큰 성과가 예상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페이스북과 애플, 아마존과 넷플릭스, 구글 지주사 알파벳 등 'FAANG'으로 대표되는 미국 IT기업들의 주가는 이런 영향을 받아 올해 초부터 일제히 큰 하락폭을 보였다.
하지만 최근 이 업체들은 증권가의 예상을 비웃듯 일제히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내놓았다. 페이스북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보다 49% 늘었고 아마존은 43%, 알파벳은 26%, 넷플릭스는 43%의 매출 성장률을 보였다.
블룸버그는 "FAANG 기업들이 1분기에 모두 실적을 크게 늘리며 강력한 성장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며 "기술 관련주가 재평가받는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IT기업들은 중장기적 사업 확대에 자신을 보이며 데이터서버 증설을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데이터의 저장량과 서버 규모가 IT기업들 사이의 경쟁에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텔은 최근 1분기 실 적발표회에서 "향후 2년 동안 생산될 정보의 양은 지금까지 존재했던 모든 데이터 총량의 10배 수준이 될 것"이라며 "서버 관련한 시장이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알파벳은 1분기에 데이터서버 시설 투자 규모를 지난해 1분기의 3배 수준인 약 8조 원으로 늘렸다. 아마존의 투자금액은 같은 기간 약 40% 늘어난 3조2천억 원 정도다.
CNBC는 증권사 바클레이 분석을 인용해 애플이 클라우드와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올해 데이터서버 투자 예산으로 약 10조8천억 원을 들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IT기업의 올해 서버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80조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IT기업의 서버 투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프로세서와 D램, SSD 등 반도체다. 특히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가상현실(AR) 등 신산업분야에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이에 필요한 메모리반도체의 용량도 급증하고 있다.
전 세계 서버용 D램시장을 80% 가까운 점유율로 양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수혜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 |
박원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전 세계 D램 수요 증가율은 21% 정도로 추정되는데 서버용 D램의 성장률은 40%에 이를 것"이라며 "반도체산업에서 서버 중심의 변화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박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전체 수요 성장률이 36% 수준으로 예상되는 반면 서버용 SSD는 올해와 내년에 50%를 웃도는 성장률을 보이며 전체 시장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서버용 SSD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낸드플래시 출하량에서 10% 정도였던 서버용 SSD 비중을 올해 20% 중반대로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바일과 PC 수요 둔화로 당분간 서버용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연히 글로벌 주요 IT기업의 투자 계획 변화에 큰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서버용 D램의 매출 비중이 곧 모바일 D램을 뛰어넘을 정도로 성장할 것"이라며 "당분간 서버용 반도체에 생산을 집중해 수요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