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정부에 삼성물산 합병에서 발생한 손해의 책임을 묻고 있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외압을 행사한 이들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는 등 정부가 선을 긋고 있어 책임 소재가 어디까지 미칠지 주목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2일 “대한민국 전임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해 배상과 관련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4월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를 제기하기 전에 중재에 응할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협정을 지키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배상하기로 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근거로 들었다. 한국 정부가 협정을 위반해 엘리엇매니지먼트를 명백하게 불공정하고 불공평하게 대우했다고 바라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합병을 둘러싼 스캔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및 형사 소추로 이어졌고 법원에서 삼성그룹 임원,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유죄선고가 잇달았다는 점을 들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연금공단까지 이어진 부정부패로 엘리엇 및 다른 삼성물산 주주들이 불공정한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난 사실관계”라고 말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소송을 벌이기 전에 정부가 중재에 동의해 손해를 배상하길 원하고 있으나 이런 요구에 정부가 선뜻 응하기는 쉽지 않다. 워낙 사안이 막중한데다 엘리엇매니지먼트에게 손해를 배상하면 수많은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도 배상에 나서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투자자-국가 간 소송을 공식 제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ISD를 제기하면 론스타, 네덜란드의 하노칼, 이란의 다야니 등에 이어 네번째 투자자-국가 간 소송이 된다.
론스타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의 규모는 5조 원에 이른다.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경우 정확한 피해 규모를 산정해봐야겠지만 수천억 원대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다만 삼성물산 합병문제는 개인의 비리가 얽혀있어 온전히 정부의 정책적 판단으로만 볼 수 없다는 점이 이전의 투자자-국가 간 소송과 상황이 다르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연금은 최근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외압을 행사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기금운용본부장을 놓고 손해배상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책임에 선긋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제기한 합병중단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 등은 여전히 투자자-국가 간 소송에서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