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경영실사 결과를 받게 되는 5월 초까지 돌발 변수만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대표이사 회장이 26일 한국GM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조건부 금융제공확약서(LOC)를 발급하는 데 댄 암만 GM 총괄사장과 합의하면서 지원의 기본 틀이 마련된 것이다.
조건부 금융제공확약서에 법적 효력은 없지만 정부가 자금 지원조건으로 GM에 요구해 왔던 한국 생산시설의 10년 이상 유지와 산업은행의 비토권(거부권)이 들어간 점은 성과로 꼽힌다.
GM은 한국GM에 신차 2종을 배정해 최소 10년 동안 한국사업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산업은행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었던 비토권도 주주 사이의 협약을 통해 부여하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전체 자산규모 20%를 넘는 자산을 팔거나 양도하는 결의를 거부할 수 있는 비토권을 2017년 10월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이 권한은 시한 경과로 사라졌는데 다시 보장받겠다는 것이다.
다만 산업은행과 GM이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과 이에 따른 한국GM의 지분구조 변화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조건부 금융제공확약서에 따르면 GM은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를 출자전환하고 36억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 산업은행은 7억5천만 달러를 신규 투자한다.
여기에 명시된 신규 자금 43억5천만 달러의 투자방식이 대출인지 출자인지에 따라 산업은행의 비토권 행사 기준이 되는 최소 지분율도 달라질 수 있다.
본래 지분 15% 이상을 보유한 주주만 비토권을 쓸 수 있었는데 산업은행과 GM이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에 따라 두 회사의 지분율이 달라질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GM과 분쟁 끝에 2010년 12월 본래의 비토권 행사 기준이었던 보유지분율 25%를 15%로 낮춘 전례도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한국GM에 신규 자금을 어떤 방식으로 투자할지와 비토권 행사에 필요한 최소 지분율 등은 앞으로 논의해야 하는 부분”이라며 “협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GM과 합의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GM의 기조에 맞춰 한국GM에 지원하는 신규 자금 규모를 늘리기로 잠정 결정한 점도 혈세 지원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는 중장기적 변수로 꼽힌다.
GM은 한국GM에 투자하는 신규 자금을 23억 달러에서 36억 달러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도 신규 자금의 지원 규모를 4억6천만 달러에서 7억5천만 달러로 확대했다.
한국GM이 산업은행과 GM의 투자를 받고도 경영 정상화를 빨리 이루지 못한다면 부실회사에 국민의 혈세만 더 많이 쏟아 부었다는 논란을 피하기 힘들어진다.
한국GM 부실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지나치게 높은 매출원가율 등도 이번에 해결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GM은 한국GM에 높은 매출원가율(93.8%)을 매겨 원가에 가까운 가격으로 차량을 팔게 만들었고 연구개발(R&D) 비용과 업무지원 비용도 과도하게 책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경영실사를 통해 한국GM의 원가구조 등을 살펴보려고 했지만 GM에서 관련 자료를 제출하는 데에 난색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경영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국GM에 자금을 지원하는 여부를 최종 결정하기로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원가구조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자료와 조건을 바탕으로 지원협력이 결정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