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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야심이 대단하다. 팬오션을 인수해 하림그룹을 글로벌 곡물유통회사로 키우려고 한다.
하림은 국내 최대의 민간 사료기업이다. 곡물을 수입해 사료를 만들어 연간 1조4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김 회장은 팬오션이 곡물 수입의 운송을 맡게 되면 운임 변동에 휘들리지 않고 안정적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통해 팬오션의 매출도 늘어나 정상화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자신한다. 팬오션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1892억 원, 영업이익 1476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팬오션은 한때 세계 해운회사 가운데 곡물수송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기업이다. 김 회장은 이런 팬오션을 품어 세계적 곡물유통회사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하림그룹은 곡물 제조와 수요 기반을 이미 보유하고 있어 물류까지 붙이면 글로벌 곡물유통회사로 성장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본다.
김 회장의 이런 꿈이 이뤄지면 곡물에 대한 자주권을 확보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김 회장의 야심은 이뤄질 수 있을까?
◆ 하림그룹에 매력적인 팬오션
하림그룹은 육계사업으로 성장해 현재 4개 상장사를 포함해 83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하림은 국내 최대 민간 사료기업이다. 연간 230만t의 곡물을 수입해 사료를 만들어 연간 1조4천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다. 사료 매출 규모는 농협 다음이다. 사료 전체매출 4조8천억 원 가운데 30% 가량을 하림이 차지한다.
하림으로서 사료사업을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해외에서 농장 등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해상운송 사업이라는 날개를 달 필요가 있다.
하림은 국내에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하림을 키운 동력인 닭고기사업은 최근 부진하다. 업계 전문가들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각종 가축질병 발생으로 양계사업만으로 더 이상의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본다.
하림은 올해 3분기에 누적매출 5557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 매출이 줄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70억 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올해 초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여파라고 볼 수도 있지만 AI가 발생한 2011년과 비교해도 하림의 성적은 부진하다. 닭고기 부문 매출은 4070억 원으로 2011년보다 0.5% 감소했고 닭고기 가공 부문은 1115억 원으로 1.6%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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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하림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곡물유통을 제시했으나 글로벌시장에서 메이저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그 틈을 노리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시장의 메이저들은 세계에 설치한 곡물생산지와 수요처 지점망을 통해 세계에 곡물을 수출입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메이저들은 곡물매매의 중계를 비롯해 산하에 선박회사까지 소유하고 있어 곡물의 수송과 가공, 하역, 선적, 배분, 저장시설 등 유통과정을 전반적으로 관리한다.
하림그룹은 옥수수, 대두박, 판막 등 사료 원료의 95%를 카길 등 미국 곡물 메이저나 일본의 대형 종합상사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 김홍국의 계산, 사료 운송비와 팬오션 정상화
곡물 가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 때 절반 이상이다.
김 회장은 “10여 년 동안 료 원료인 곡물을 수입하면서 운송비와 곡물비의 구조에 대해 터득했다”면서 “우리가 배를 소유하고 운송을 직접 맡으면 운임 변동에 휘둘리는 일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림은 연간 1조 원 정도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다.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구매하는 기업의 물량까지 합하면 연간 2조 원 가량의 곡물을 수입한다.
김 회장은 이 물량을 팬오션이 운송을 맡으면 팬오션은 1조 원 안팎의 운송 매출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이 정도 매출이면 팬오션이 조속히 정상화 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김 회장은 계산한다.
팬오션은 조기 경영정상화에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팬오션의 부채비율은 한때 1925.7%였다. 그러나 6월 말 기준으로 700%로 떨어졌다. 연말에 200% 이하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팬오션은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450억 원을 달성해 3년 만에 흑자로 돌어섰다. 팬오션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1892억 원, 누적 영업이익 1576억 원을 올리고 있다. 팬오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2287억 원을 냈다.
팬오션이 하림의 곡물 운송을 맡게 되면 팬오션의 경우 대형 화주들과 장기 운송계약이 팬오션 전체 이익의 83.9%(2014년 추정 영업이익 기준)를 차지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운업황의 부침에 크게 흔들리지 않게 된다.
하림의 입장에서 볼 때도 팬오션을 통해 사료 운송비에 대한 변동 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곡물가격의 절반을 차지하는 운송비가 안정되면서 수입하는 곡물 가격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하림이 패오션 인수 후 ‘승자의 저주’에 빠질 우려도 시장에서 나온다.
하림그룹이 해운업을 경영한 경험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과연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지 반신반의한다. 하림그룹이 곡물 운송을 팬오션에 몰아주더라도 장기운송계약의 증가폭은 1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이 때문에 운송물량을 채우기 위해서 수익성 있는 신규 거래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하림그룹은 해운업 경험이 별로 없어 화주들의 신뢰를 얻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
벌크선을 이용하는 화주들은 대부분 중요한 원자재 운송을 맡기기 때문에 업력과 신뢰성을 갖춘 파트너를 선호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75척 가량의 선박을 보유한 팬오션의 경우 현재 확보하고 있는 수익성을 갖춘 장기운송계약의 비중은 전체 운송능력의 40% 정도"라며 "하림그룹에 인수돼 곡물 유통사업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더라도 장기운송계약 비중을 당장에 크게 높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불안한 해운업황도 우려 섞인 시각에 한몫한다. 최근 화물 물동량을 나타내는 벌크선운임지수도 떨어져 업계 전망이 밝지 않다.
인수합병업계 관계자는 "기업 인수 뒤 제대로 된 시너지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인수합병이 성공이라고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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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길 웨스트웨고 엘리베이터로 배에 곡물을 싣고 있는 장면 |
◆ 하림은 세계적 곡물유통회사가 될 수 있나
팬오션은 2007년 세계 해운회사 가운데 곡물 수송을 가장 많이 했던 회사에 오르기도 했다. 팬오션은 이처럼 곡물 벌크 운송 인프라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림그룹은 육가공품 수출을 통한 해외시장 공략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국내 사료생산시장 1위를 바탕으로 현재 미국,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 진출해 있다.
김 회장은 하림과 팬오션의 시너지를 통해 세계적 곡물유통회사로 발돋움하려고 한다.
김 회장은 "곡물 메이저가 되기 위해서 공급-물류-수요라는 세 축의 기반이 구축돼야 하는데 하림은 이미 제조와 수요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며 “이 가운데 물류 부문이 가장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분야인데 우리나라는 이런 곡물 운반을 카길과 같은 외국 메이저들에게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하게 되면 물류라는 새 축을 장착해 곡물 메이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사료사업을 남미 등 글로벌로 확장해 나가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한다고 해서 곧바로 글로벌시장에서 곡물유통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제 곡물시장은 이미 4대 곡물 메이저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다. 4대 곡물 메이저 회사는 아처대니얼스미들랜드(ADM), 번기(Bunge), 카길(Cargill), 드레퓌스(Dreyfus) 다. 이들이 세계 곡물유통시장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하림이 팬오션과 함께 이들과 맞서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