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이 패션사업을 전담하는 통합법인을 만들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과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을 따라잡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설풍진 엔씨에프 대표이사와 김형종 한섬 대표이사. |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쇼핑이 글로벌패션사업부문을 분사해 자회사 엔씨에프와 통합한다. 통합법인은 현재 엔씨에프를 이끌고 있는 설풍진 대표이사가 이끌게 된다.
롯데쇼핑은 3월 말 이사회를 열고 글로벌패션사업부문 브랜드와 인력을 6월1일 엔씨에프에 273억 원에 양도하고 엔씨에프에 523억 원 출자하기로 했다.
엔씨에프는 2003년 설립된 롯데그룹의 패션사업 계열사로 롯데쇼핑이 지분 99.8%를 보유하고 있다. 여성복 ‘나이스크랍’과 ‘티렌’을 운영하고 있으며 롯데마트의 자체브랜드(PB) ‘테’의 기획도 맡고 있다.
롯데쇼핑의 글로벌패션사업부문은 2005년 출범했다. 겐조, 타라자몽, 타스타스, 아이그너, 소니아리키엘 등 수입브랜드 14개와 롯데백화점 자체 브랜드(PB) ‘헤르본’까지 모두 15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롯데쇼핑의 패션사업은 롯데그룹의 규모나 명성과 비교해 다소 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롯데쇼핑이 지난해 패션사업을 통해 거둔 매출은 2천억 원가량으로 추산되는데 현대백화점의 한섬과 신세계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미 매출 1조 원을 넘겨 멀찌감치 앞서 나가고 있다.
롯데그룹은 국내 유통기업 가운데 가장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으며 백화점시장 점유율이 지난해 기준 39.6%에 이른다.
그러나 롯데쇼핑 글로벌패션사업부문이 몸집이 거대한 롯데쇼핑 안에 속해 있다보니 독립법인으로 운영되는 경쟁사의 패션법인과 달리 의사결정이 더디고 주도적으로 경영전략을 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독립법인으로 출범하면서 롯데그룹의 유통망을 활용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브랜드를 내놓을 가능성 역시 제기된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는 이미 막강한 패션사업 전담 계열사를 거르리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과 신세계그룹의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이 1조 원을 훌쩍 넘겨 매출 기준으로 국내 패션기업 4위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2년 한섬을 인수한 데 이어 2016년 말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의 패션부문을 인수했다. 그 뒤 현대G&F, 한섬글로벌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한섬과 한섬글로벌, 현대G&F가 운영하고 있는 해외 브랜드만 모두 27개에 이른다.
한섬은 SK네트웍스패션부분을 인수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섬의 연결기준 매출은 한섬을 인수하기 전인 2016년 7120억 원에 그쳤지만 지난해 1조 2287억 원으로 72.6%나 늘어났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성장세는 더욱 가파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여성복 브랜드 톰보이와 보브에서 나란히 매출 1천억 원 이상을 거뒀고 화장품사업에서도 가파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화장품사업에 힘입어 올해 매출은 1조2천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