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대학교수인 A씨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해임을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A씨는 대학 교수로 근무하면서 학과 여학생들에게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을 했다는 이유로 2015년 4월 해임됐다. 같은 해 5월 A씨는 교원소청심사위에 해임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심사를 청구했고 이 청구가 기각당하자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A씨의 해임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2심에서는 판단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평소 학생들과 격의 없고 자주 농담을 한 점에서 피해자가 성희롱 발언으로 느꼈다고 보기 어렵고 수업 중 이른바 '백허그'를 했다는 것은 강의평가에서도 언급되지 않았다”며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은 다른 피해자의 부탁으로 뒤늦게 신고했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진술하기 거부한 점 등에서 성추행 피해자의 대응으로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해임 취소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교수와 학생의 관계이며 그 행위가 학교 실습실이나 교수 연구실등에서 발생했다”며 “취업 등에 중요한 교수의 추천서 작성 등을 빌미로 성추행이 이뤄졌고 반복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의 “피해자가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놓고도 대법원은 “우리 사회 전체의 일반적, 평균적 사람이 아니라 피해자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일반적, 평균적 사람의 관점에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판단해야 옳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성희롱 소송의 심리와 증거판단 법리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지닌다.
재판부는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 심리를 할 때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 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등으로 피해자가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등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