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뉴시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올해와 내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 후반으로 예상했다.
이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월 전망치인 3.0%로 유지한다”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기존 1.7%에서 1.6%로 내려잡았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017년 10월 1.8%에서 2018년 1월 1.7%로 내려간 뒤 3월에 추가로 낮아졌다.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1%대 중반수준에 머물다가 하반기부터 오름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이 총재는 “축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석유류 가격의 상승폭이 낮아지면서 전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부 공공요금이 동결되거나 하락한 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도 올해 하반기와 비슷하게 물가상승률이 1%대 후반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계부채 증가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바라봤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더라도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웃돌고 있어 금융안정을 해칠 잠재위험이 될 가능성을 미리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외환 개입을 하지 않아서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환율은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에 영향을 받아 움직이고 있다”며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 맞고 급격한 변동이 있을 때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한국은행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은 낮다”며 “그렇지만 무조건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어렵고 계속 추이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이다.
- 지난해 11월 금리인상을 한 효과는?
“금리를 조정한 뒤 실물경제까지 미치는 파급 효과는 일반적으로 1~2년 정도 시차가 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금리 인상의 효과를 구체적으로 평가하기는 여전히 이르다고 생각한다. 다만 대출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소 누르는 효과는 작용하고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 금리 인상 여력이 줄지 않나?
“외환시장 관련해 당국은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지정학적 리스크가 줄어 원화강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통화정책은 환율만으로 하지 않는다. 외환시장 개입 정보를 포함해 외화정책 투명성과 관련해서는 한국은행이 기획재정부와 오래 전부터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 한국은행 등 당국이 외환시장 개입을 못해서 원화가 강해졌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환율은 기본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달러화 움직임에 큰 영향을 받아 변동하고 있다. 글로벌 움직임에 더해서 지정학적 리스크,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리스크 변화에 따라 원화 환율이 변동하고 있다. 환율정책은 일관된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시장 수급에 따라 환율이 결정되고 단지 쏠림 등에 의해 급격한 환율변동이 있을 때만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접근한다.“
-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한국은 미국의 환율조작국 요건 3가지 가운데 2개만 해당한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 가능성은 낮지만 예단해서 말하긴 어렵다. 정부에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 가계부채는 어떻게 보나?
“최근 가계부채는 전반적으로 볼 때 증가추세가 둔화되고 있다. 둔화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본다.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그에 따른 복원력이 양호해서 가계부채 문제가 현 시점에서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가계부채 총량이 크고 증가 추세가 둔화되더라도 소득 증가세를 웃돌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금융 안정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으니 미리 억제할 필요가 있다.“
- 가계부채 문제가 금리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나?
“가계부채가 늘어난 배경엔 금리 인하도 있는 게 사실이다. 금리 인하를 했는데 대출이 늘지 않으면 금리 인하 효과가 없는 셈이다.다만 금리 인하뿐 아니라 주택시장의 규제를 완화하면서 가계부채가 늘어난 측면이 컸다고 본다. 가계부채 증가요인은 주택시장 규제 완화와 금리 인하가 같이 작용한 결과다."
"가계부채만 보고 금리결정을 하지 않는다. 경기와 물가, 가계부채를 포함한 금융 안정도 종합적으로 본다. 금리를 높이면 이자부담이 늘어나서 가계부채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상환이 어려운 취약가구의 이자 부담 증대도 우려된다.“
- 물가상승률이 왜 이렇게 낮은가? 언제 2%까지 올라가는가?
“1분기 물가상승률이 낮은 이유로 축산물 가격 하락과 석유류 가격 상승폭 둔화, 일부 공공요금의 동결 및 하락 등을 꼽을 수 있다. 물가상승 속도가 빠르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내수 회복 등에 영향을 받아 상승률은 좀 높아질 것이다. 하반기엔 1%대 중반에서 후반에 이를 것이다.“
- 미국과 중국의 화해무드는 어떻게 평가하나?
“최근 중국이 시장개방 방침을 내놓았다. 중국이 전향적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 국가가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고려가 들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분쟁이 빨리 해소되길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국과 중국 무역갈등이 전면적 분쟁으로 가지 않지만 곧바로 해소되기에도 불안한 측면이 있다는 뜻이다.“
- 고용지표가 부진하고 실업률이 높게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이 있다고 보나?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고용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2월, 3월에 취업자 수 증가폭이 낮은 것은 외국인 관광객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점과 산업 구조조정 등의 영향이 작용한 면이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구조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
이론적으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비용절감을 위해 기업들이 고용을 조정하려는 유인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최근의 고용부진은 일시적 요인이 컸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악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고용이 부진하면 곧바로 가계소득 감소와 그에 따른 소비 위축 등으로 단기적 영향을 준다. 중장기적으로도 고용 부진이 장기화되면 인적자본 축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잠재성장률에도 부정적 영향 준다. “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