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 종로구 무역보험공사 대강당에서 열린 '해외자원개발 부실 원인규명 토론회'.<뉴시스> |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한국광해관리공단이 한국광업공단(가칭)으로 통폐합되지만 부채 문제 등에서 뚜렷한 해결방안은 없어 보인다.
광물공사가 보유한 막대한 부채와 남아 있는 해외자원을 처리하는 문제 등을 통합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10일 공기업계에 따르면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통합에 여러 부작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한국광업공단의 역할이 모호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3월3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을 한국광업공단으로 통합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한국광업공단은 광물공사와 광해공단의 자본, 부채를 포괄적으로 승계한다.
부채는 별도계정인 해외자산계정(가칭)에서 관리되는데 광물공사의 손실이 광해공단의 재원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광해공단은 2016년에 910억 원의 순이익을 냈고 광물공사는 같은 기간 1078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광해공단의 순이익으로 광물공사의 순손실을 메울 수 없는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토지공사와 주택공사를 통합할 당시 토지은행 계정을 별도로 설치해 운영했던 사례를 참조해 세부 추진방안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별도계정만으로 광물공사의 막대한 손실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2009년 한국토지주택공사로 통합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재무건전성은 크게 악화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부채비율은 2010년 공기업 집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인 525.3%였다.
최근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는 크게 줄지 않았다. 2016년 말 기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채비율은 342.1%로 고질적 부채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 광물공사가 갚아야 할 차입금은 7508억 원이다. 2022년까지 모두 4조5천억 원가량의 차입금을 갚아야한다. 별도계정으로 광물공사 자산이 운영되더라도 사실상 광해공단의 재원을 이용하지 않고 광물공사의 부채를 줄이는 일은 쉽지 않다.
해외자원개발업계 관계자는 “광해공단의 자본만으로 광물공사의 부채와 손실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하겠지만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얼마나 지원을 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광물공사의 기존 해외자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위탁해 모두 매각하기로 했는데 이 부분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주요 기능이 일반자산관리에 집중돼 있다 보니 광물자산을 매각하는 데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
광물자산은 특성상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사업이고 당장 이윤이 나기 어려운 구조로 각 사업장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 일반자산처럼 매각하면 처리 과정에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광물공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코발트와 팔라듐 광산 등을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매각했는데 2013년 톤 당 3만 달러를 밑돌던 코발트 가격은 최근 7만 달러를 넘었다. 2018년 코발트 가격은 2017년보다 60.9%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광물자원 매각의 전문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자산관리위원회(가칭)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설치하겠다는 방안을 내놨지만 매각 과정에서 한국광업공단의 역할은 사실상 전무하다.
실제 해외자산을 운영했던 광물공사를 배제하고 매각이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한국광업공단이 또 다른 부실기관이 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공단의 역할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개편방안에서 한국광업공단의 역할은 ‘광업의 모든 주기를 아우르는 지원체계’로 돼 있다.
광업의 탐사와 개발, 생산을 지원하던 광물공사 기능과 광물 채굴로 발생하는 피해를 복구하고 방지하는 광해공단의 기능을 수평적으로 합친다는 것인데 한국광업공단의 역할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민간기업이 인수합병을 추진할 때 중점적으로 선행하는 작업 가운데 하나가 인수합병의 목적과 합병 후 역할을 명확하게 마련하는 것이다.
한국광업공단이 역할 재정비로 전문성을 높여 잔존해 있는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산 매각에서도 광업공단의 역할을 확보해야 할 것으로 파악된다.
광물업계 관계자는 “한국광업공단이 앞으로 광물공사의 부채를 어떻게 처리해 나갈지에 관한 로드맵이 마련돼야 한다”며 “공단의 역할이 모호한 상태에서 통합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예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