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배당은 박 행장이 2017년 6월 배당을 미루고 그 자금을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약속과 달라 논란을 낳고 있다.
박 행장은 2017년 지점 축소로 한국에서 철수설이 불거지자 이를 가라앉히기 위해 “이익배당을 유보하기로 이사회에 건의했고 긍정적으로 논의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에 투자를 지속해서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한국씨티은행은 한국 투자를 위해 배당을 유보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둬 배당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한국 투자와 관련해 박 행장은 디지털 역량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해명했다.
박 행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도 “빅데이터 등 기업금융 신기술을 도입하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연구와 투자를 지속하겠다”며 “이를 위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차세대 전산 구축을 위한 투자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2018년부터 어떤 사업에 어떻게 투자할 것인지,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구체적 사업계획이 무엇인지는 모두 불투명하다.
한국씨티은행은 2016년 9월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엑셈과 빅데이터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그 계약도 2018년 5월이면 끝난다. 추가로 빅데이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아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지능 챗봇사업의 진행 계획도 없다. 국내 은행들이 앞다퉈 인공지능을 통한 대화형 상담 로봇을 개발해 24시간 고객상담에 투입하려고 경쟁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KEB하나은행이 2017년 7월 하이뱅킹, 우리은행은 2017년 9월 위비봇, NH농협은행은 2017년 11월 아르미AI, 신한은행은 2월 쏠메이트 등을 속속 내놨다.
다른 외국계은행인 SC제일은행은 2017년 사업보고서의 ‘지점의 신설 및 중요시설의 확충 계획’에 뱅크샵(Bank#)과 뱅크데스크(Bankdesk) 운영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뱅크샵은 핀테크 기술이 접목돼 경량화한 은행 점포고 뱅크데스크는 이동성을 갖춘 영업채널을 말한다.
한국씨티은행은 3월30일 발표한 2017년 사업보고서에도 앞으로 ‘신규사업의 내용과 전망’에 ‘해당 사항 없음’이라고 적었다.
한국씨티은행 관계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빅데이터, 인공지능(AI)챗봇 등 미래산업기술과 디지털 사업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 내용을 밝힐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씨티은행은 2017년 하반기부터 여성지도자수상, 금융소외계층 후원 등 사회사업 말고는 새로운 사업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도입한 로봇프로세스 자동화를 확대한다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주요 수익사업은 2015~2017년까지 집중적으로 문을 연 자산관리(WM)센터 등을 통한 고액자산가와 중장년층의 자산관리가 될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씨티은행은 1천억 원에 가까운 고액배당을 실시하고 디지털사업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기미는 보이지 않아 당분간 "미국 본사 배 불리기만 한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