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은 부영 대표이사에 1994년 2월7일 선임돼 현재까지 25년째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부영주택과 동광주택은 2009년부터, 광영토건과 남양개발, 남광건설산업은 2011년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이 회장은 각 계열사마다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까지 대표이사를 두고 공동대표체제를 꾸리고 있지만 사실상 이 회장이 모든 권한을 들고 의사결정을 내려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영그룹의 ‘1인 경영체제’가 부영그룹이 급속도로 재계 20위 권 안에 진입하는 원동력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이 회장이 입지 좋은 위치에 땅을 사는 눈이 좋아 주택사업을 크게 성공시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더해져 그룹의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
▲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017년 12월27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한노인회와 충청북도가 함께하는 치매예방운동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하지만 이 회장이 만일의 부재상황에 대비해 후계구도를 정해놓지 않은 점이 앞으로 부영그룹의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과 횡령·배임 등 혐의로 2월 초 구속되면서 이런 시각은 더 늘어나고 있다.
이 회장은 1941년 생으로 올해 만 77세다. 이 회장은 구속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한노인회 회장을 맡아 대외적으로도 왕성하게 활동했을뿐 아니라 부영주택의 숙원사업인 송도테마파크 사업추진을 위해 직접 인천시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계속 경영 전면에 나서 있던 탓에 부영그룹에는 후계자로 조명받을 만한 사람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너기업이라는 특성상 자녀들이 후보로 떠오를 법도 하지만 실제로 이 회장의 3남1녀 가운데 뚜렷하게 부각된 자녀도 보이지 않는다.
이 회장의 장남인 이성훈 부영 부사장은 부영에서 기획과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차남 이성욱씨는 부영주택 전무, 삼남 이성한씨는 부영엔터테인먼트 대표, 장녀 이서정씨는 부영주택 상무를 맡고 있지만 이성훈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그룹 안에서 어떤 입지를 다지고 있는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대기업처럼 ‘2인자 전문경영인’이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부재가 경영에 직접적 차질을 줄 수밖에 없다고 재계는 바라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