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해보험이 계열사 퇴직연금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일감 몰아주기를 좋지 않게 보는 정부의 시각이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쇼핑과 호텔롯데, 롯데렌탈 등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퇴직연금을 집중적으로 받아 보험료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성용훈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손해보험은 다른 손보사들과는 다른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며 “롯데그룹 계열사로부터 안정적 퇴직연금 물량이 확보돼 특별계정 자산의 90%에 이르는 퇴직연금 자산에서 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2017년 상반기 롯데손해보험의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계열사 물량 비중은 40.23%에 이른다. 손보사 가운데 계열사 의존도가 가장 높고 생보사 손보사를 통틀어도 현대라이프생명과 삼성생명 다음으로 계열사 물량이 많다.
롯데손해보험 퇴직연금자산 잔액은 2017년 9월 말 기준 4조5689억 원가량으로 집계됐는데 전체 자산의 42.8%에 이르는 만큼 사업비중이 상당히 높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면서 금융당국 역시 대기업 계열 금융회사의 내부거래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롯데손해보험 등 대기업 계열사의 퇴직연금 몰아주기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받는 단골메뉴다.
새로 시행되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은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에 엄격한 위험관리 시스템을 요구한다. 금융위원회는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가 시행될 때 그룹 계열사 사이의 내부거래 비중과 주요 내부거래 현황 등을 낱낱이 보고하도록 했다.
퇴직연금 사업으로 재무 건전성이 악화되는 점도 문제다.
새롭게 바뀐 ‘보험업 감독규정 일부 개정 규정안’에 따라 롯데손해보험은 당장 6월부터 단계적으로 퇴직연금 리스크를 지급여력비율(RBC) 산출식에 포함해야 하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퇴직연금 운용손익이 보험사에 귀속되는 만큼 위험이 잠재돼 있다며 리스크를 지급여력비율에 2018년 6월에는 35%, 2019년 6월에 70%, 2020년 6월 100% 등 순차적으로 반영하기로 했다.
2017년 9월 말 기준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은 159.14%로 손보사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MG손해보험이 가장 낮고 다음이 롯데손해보험이다.
지급여력비율은 지급여력금액(순자산)을 지급여력기준금액(보유보험료의 17.8%와 3개년 평균 발생손해액의 25.2% 가운데 큰 금액)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롯데손해보험은 소형 손보사인 만큼 순자산 규모가 작기 때문에 높은 퇴직연금 사업비중으로 지급여력기준금액이 대폭 늘어나면 지급여력비율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해보험은 2017년 11월 지급여력비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9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당시 발행한 후순위채권이 흥행에 실패해 10억 원만 시장에서 조달했고 나머지 미매각금액은 주관사인 KB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이 인수해갔다는 점을 고려해본다면 추가 발행도 자신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손보사 가운데 2, 3위인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이 각각 5천억 원, 499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에 성공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압박과 새로운 감독규정은 롯데손해보험의 대변혁을 요구한다"며 "안일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는 더이상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빨리 상품 개편과 자금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