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연 기자 nuevacarta@businesspost.co.kr2018-03-14 15: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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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실사가 시작됐지만 KDB산업은행과 GM 본사가 자료의 제출범위 등에 아직 합의하지 못하고 있어 불안이 남아있다.
산업은행은 14일 삼일회계법인을 통한 한국GM 실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왔던 한국GM의 원가구조를 점검할 방침을 세웠다.
▲ 이동걸 KDB산업은행 대표이사 회장.
한국GM은 2016년 기준 매출원가율 93.8%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의 평균 매출원가율 80.1%보다 10%포인트 높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액 가운데 매출원가의 비중으로 한국GM이 자동차 1대를 팔 때마다 들어가는 비용을 알 수 있는 지표다. 이것이 높을수록 수익성도 떨어져 경영 악화를 낳는다.
이를 감안해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GM 실사에서 이전 가격, 본사의 고금리 대출, 본사의 관리비, 기술 사용료와 연구개발비 등 원가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이들을 살펴보려면 GM 본사에서도 한국GM 실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특히 이전 가격은 해외 자회사와 부품을 거래할 때 적용하는 만큼 본사의 자료 제출이 필수적이다.
GM이 한국GM에 빌려준 대출도 금리를 너무 높게 잡았는지 판단하려면 대출재원을 파악해야 한다. 기술 사용료와 연구개발비에 연관된 본사의 신차 개발 현황도 알아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GM은 그동안 본사와 거래내역 등을 경영기밀로 판단했고 산업은행에서 관련 자료를 요구했을 때마다 비협조적 태도를 지켜왔다.
이번에도 산업은행과 GM이 한국GM 실사의 시작 전에 실무적 부분을 모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도 실사와 협상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원가구조 자료의 제출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GM에서 실사 협조를 약속한 만큼 이번에는 원가구조에 관련된 자료 제출에서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4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부분에서 동의가 곧바로 이뤄지기는 어렵겠지만 문제를 무난하게 해결하면서 실사도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12일 기자들에게 “GM에서 경영정보 등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던 것을 바로잡기로 했다”며 “상호 신뢰 아래 정보의 투명성 등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산업은행과 GM은 한국GM 실사에 관련된 내용을 담은 실사확약서도 아직 만들지 못한 상황이라 이번 실사로 한국GM의 원가구조를 제대로 점검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산업은행과 GM은 실사확약서의 대략적 내용에는 합의했지만 ‘포괄적 자료 제공 협조 동의’ 문구를 넣는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문구가 실사확약서에 들어가면 산업은행이 실사 과정에서 바라는 자료를 받지 못해 지원 협상이 결렬되면 GM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GM에서 ‘포괄적 자료 제공 협조 동의’ 문구를 확약서에 넣는 것을 꺼리는 점을 놓고 원가구조 관련 자료를 이번에도 제대로 제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료 제출 범위를 놓고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실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산업은행도 14일 보도자료에서 GM에서 요청한 한국GM의 운영자금 대출을 내주는 조건에 충분한 자료 제공을 포함하는 등 원가구조에 관련된 자료를 제대로 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실사에 필요한 자료 전부를 GM에서 내줄지를 놓고는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실사확약서를 최대한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에 따라 실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아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